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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피스 프로 4, 윈도우 10의 완성Posted Nov 27, 2015 3:42:43 PM

이상우

읽을 가치가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aspen@thegear.co.kr

서피스는 소위 사진발을 잘 받는다. 사실 눈에 띄는 외모는 아니다. 대신 실용성은 뛰어나다. 서류 봉투 쥔 듯 힘들이지 않고 휴대하며 이따금 무릎 위에 놓고 업무를 볼 수 있다. 자기 몫은 한다는 얘기다. 얼굴 인식 기능의 편리함을 알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로그인할 때 암호 대신 얼굴을 들이대면 화면 잠금 해제를 해준다. 서피스 프로 4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오랜 꿈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결과물이다.





하드웨어 디자인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전작의 DNA를 고스란히 담았다. 마치 아이폰처럼 미세하게 바뀐다. 현명하다. 서피스 프로의 지향점이 ‘착탈식 키보드를 덧댄 태블릿PC’라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서피스 프로 4의 리뷰를 시작한다. 


 

정교해지기까지 오랜 기다림

잠깐 옛날로 돌아가 보자.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를 개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고전적인 PC 형태를 바꾸려고 했다. 2002년에는 펜과 터치를 적용한 '태블릿PC(Tablet PC, 2002년)를 내놓았고, 소프트웨어로는 TV,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화한 '미디어 센터(MediaCenter, 2001년)를 개발했다.
이 제품들은 윈도우의 기능을 최대치로 만들려는 시도였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파트너사인 델, HP는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접 하드웨어를 개발하기로 마음을 먹고, 2012년 서피스를 내놓았다. 내리막길을 걷는 PC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이다. 서피스는 4번의 업그레이드를 거치며 스마트폰처럼 손가락으로 앱을 실행하고 전문적인 수준의 스케치가 가능한 펜을 갖게 됐다. 흔한 노트북과 데스크톱 PC 사용자들에게 어필할 매력을 갖췄다는 얘기다.





말하자면 진정한 윈도우를 쓰기까지 14년이 걸렸다는 얘기다. 마치 애플이 자신의 OS를 완벽하게 실현하기 위해 직접 맥과 아이폰을 만든 것처럼 마이크로소프트도 같은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서피스 프로 4는 완벽에 가까운 터치 컴퓨팅을 구현했다. 태블릿PC와 노트북 두 가지를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사용하고 싶은 이들에게 최적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대신 비용이 만만치 않다. 가장 싼 인텔 코어M 모델이 119만 원이다. 코어 i5 최소 구성은 133만 원이다. 저장 공간(256GB)과 메모리(8GB)를 두 배로 올리면 169만 원으로 껑충뛴다. 더 빠른 코어 i7 모델은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키보드와 화면 보호를 겸하는 타입 커버는 따로 사야 한다. 워낙 본체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가격을 조금이라도 낮게 보이려고 한 편법이지만 이해하기 힘들다. 사실 이 부분은 애플의 아이패드 프로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마이크로 소프트는 스타일러스 펜을 기본 제공 한다. 고마워 해야 하나?


 

디자인

기본 디자인 규칙은 1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세대가 더해질 때마다 아이에서 성인으로 조금씩 성숙해지고 겉멋을 낼 줄도 알게 되었다. 1세대 본체 두께가 13.46mm이었는데 작년에 나온 서피스 프로 3에서 9.1mm까지 줄었다. 이번에는 더 쥐어짰다. 디스플레이가 0.3인치 더 커졌지만 8.4mm다. (서피스 프로 3) 800g에서 766g(코어 M 모델 기준)으로 무게 또한 약간 덜어냈다. 타입 커버와 스타일러스 펜을 더해도 1.1kg이다. 12.3인치가 액세서리 포함해서 1.1kg.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고지는 언더 1케이지(under 1kg)다. 멀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얇아지고 가벼워진 것보다 킥 스탠드를 더 자랑하고 싶을 것 같다. 각도 조절 값이 더 촘촘해졌기 때문이다. 22~150도 사이에서 거의 모든 각도로 조정할 수 있다. 본체와 동일한 폭을 갖는 킥 스탠드는 충분히 견고하다. 한번 고정하면 손가락이나 펜으로 터치스크린을 건드려도 미동도 않는다. 
인터페이스는 USB 3.0 단자와 외부 디스플레이 연결에 쓰이는 미니 디스플레이포트, 마이크로 SD 카드 슬롯, 오디오 잭이 하나씩 있다. 서피스 프로 3와 동일하다. 







 

연필처럼, 스타일러스 펜

스타일러스 펜을 보관하는 방법도 세련돼졌다. 타입 커버 옆 꼴사나운 플라스틱 루프가 없어지고 본체 옆에 살짝 가져가면 마그네틱이 ’턱~’ 하고 빨아들인다. 새로운 펜은 이전 모델보다 약간 크고, 한쪽 측면이 평평하게 되어 있다. 덕분에 본체 좌측면에 단단히 고정되는 것 같다. 생각 이상으로 흡착력이 좋았지만 사람 붐비는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내놓기는 겁이 났다. 잃어버릴 것 같아서다. 가방에 넣어 휴대했을 때는 온전하게 붙어 있었다. 그러나 펜이 분리되지 않을까 자주 확인해야 했다.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펜 상단 버튼을 누르면 원노트가 자동으로 시작한다.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서비스로 스마트폰, 태블릿PC 그리고 맥에서 원노트 파일 공유가 된다. 나는 원노트 말고도 기본 설치된 ’Fresh Paint’를 포함한 다양한 드로잉 및 스케치 앱과 엣지 브라우저에서 펜을 사용했다. 대부분의 텍스트 필드(웹 브라우저 포함)는 펜으로 누르면 팝업 상자가 필기를 인식하고 그것을 웹 검색 및 작성 중인 이메일에서 텍스트로 변환해 준다. 





새로운 펜은 입력 대기 시간을 줄였으며 1024 단계의 필압을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훌륭한 완성도다. 그러나 우리가 좋은 펜이 없어서 그림을 못 그리는 것은 아니다. 그림을 잘 그리려면 서피스 프로를 사는 게 아니라 그림을 배워야 한다. 


 

좀 더 키보드다워진 타입 커버

서피스 프로 4를 전작과 나란히 비교해 볼 때 세대 간 가장 큰 차이는 타입 커버다. 따로 구입해야 하지만 타입 커버는 서피스 생태계에 있어서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다. 서피스 프로 4를 구입하면서 타입 커버를 구입하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새로운 타입 커버는 키보드 자체에 큰 변화를 줬다. 키 사이 간격을 적당히 넓혔다. 키감 좋은 일반 노트북과 비슷한 편리성이다. 





이전 버전은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했고 오타도 많아 짜증이 났었다. 터치패드도 칭찬하고 싶다. 대부분의 투인원 PC의 터치패드는 흉내 내는데 급급하다. 서피스 프로 3(아래 사진에서 밑에 것)도 그랬다. 서피스 프로 4 타입 커버 터치패드는 작업 면적을 키웠고 중요한 반응 속도도 나무랄 때 없다. 표면 코팅도 플라스틱 느낌과는 확연히 달랐다. 맥북 터치패드 이상의 빠른 반응은 아니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 정도면 마지못해 쓰는 키보드가 아니라 만족스러운 키보드다. 





 

디스플레이 & 성능

디스플레이는 지난 3년 동안 쉼 없는 진화를 거듭했다. 크기는 12인치에서 12.3인치로, 해상도는 2160×1440 화소에서 2736×1824 화소로 향상됐다. 세밀한 화질과 뛰어난 색재현성을 가지고 있다. 3:2 비율은 A4 용지와 같은 크기여서 전자책, PDF 문서 보기에 적합하다. 디스플레이는 꽤 경사 있는 각도에서 봐도 좋다. 해상도가 높아져서 그런지 흰 바탕에 색 검정 문자를 읽을 때 개별 픽셀이 눈을 거스리는 일은 없다. 애플은 이런 초고해상도를 ’레티나’라고 부르는데 자사 제품 특징을 알리는 주요 매개체로 활용한다. 그게 부러웠는지 마이크로소프트는 ’픽셀센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센스가 없는 이름 붙이기다. 어쨌든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게임이나 벤치마크처럼 부하가 높은 프로그램을 돌릴 때 큰 소음을 냈던 냉각팬 문제도 서피스 프로 4에서는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다. 리뷰 제품인 코어 M 모델은 아예 냉각팬을 뺐다. 그런데도 미지근할 뿐이다. 열을 전달하는 히트파이프가 자기 역할을 잘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배터리 사용 시간은 동영상 재생 상태에서 최대 9시간 정도라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주장했다. 실제 사용 환경을 상정한 PC 마크 8 배터리 테스트 결과는 4시간 54분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 다만 벤치마크 프로그램은 쉬지 않고 계속 작동한다. 일반적 사용 형태와 비슷한 40분 사용 10분 절전 모드로 두었더니 최대 7시간 10분을 버텼다.


 

결론

사실 서피스 프로 시리즈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바람과는 달리 맥북에어가 아닌 아이패드나 아이패드 프로와 경쟁제품으로 인식됐었다. 윈도우는 PC용 OS지만 본격적인 작업용으로는 애매하고, 대신 휴대성이 뛰어나 독서, 영상 감상용으로 더 유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피스 프로의 강력한 경쟁자가 내부에서 생겼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서피스를 내놓으면서 노트북을 대체하는 태블릿 PC라고 말했다. 그런데 올해 마이크로소프트는 노트북에 더 가까운 서피스 북을 내놨다. 사실 화제성도 서피스 북이 더 높다.

참고 : 서피스북 핸즈온 리뷰, 투인원(2in1)의 완성형





소비자들로서는 어떤 걸 골라야 할지 혼란스럽다. 그러나 서피스 프로 4 역시 개선을 통해 정교해지고 똑똑해졌다. 펜을 꺼내 화면 위로 가져가면 펜 이외의 터치가 자동으로 꺼지고, 타입 커버를 내리면 암호 대신 내 얼굴을 알아채고 바로 잠금 해제를 한다. 태블릿PC로 쓰다가 타입 커버를 붙이는 어느새 노트북으로 변신을 한다. 그냥 내가 원하는 대로 서피스 프로 4는 따라온다. 화면이 살짝 커지고 키보드 환경이 좋아지면서 생산성도 좋아졌다. 
이제는 서피스 프로 4는 아이패드가 아니라 맥북 에어와 경쟁해도 될만큼 올라섰다. 유일한 윈도우 경쟁자는 서피스 북 뿐이다. 구매 포인트는 분명하다. 우선 돈이 많아야 한다. 그리고 차가 있다면 서피스 북을,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서피스 프로4를 추천한다. 


장점
1. 화면 해상도, 높아진 기기 완성도
2. 서피스 펜, 키보드의 향상
3. 킥스탠드의 편리함
4. 리얼센스 기술 (얼굴 인식)


단점
1. 가격
2. 흠집이 잘 나는 재질
3. 액세서리 별매
4. 가끔 생기는 얼굴 인식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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