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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식 디자인이 성공하기 위한 4가지 조건Posted Mar 25, 2016 1:37:11 PM

김정철

더기어 기자입니다. 모두가 쓸 수 있는 리뷰가 아닌 나만이 쓸 수 있는 리뷰를 쓰고 싶습니다.
jc@thegear.co.kr

최근 모듈식 디자인 제품들이 급격히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이번달 출시되는 LG G5 스마트폰이 있다. 지난주에는 레노버에서 모듈식 태블릿 '씽크패드 X1 태블릿'을 출시했다.  에이서는 PC의 기능을 하나하나식 모듈화한 '레보 빌드'를 이번 주에 출시할 예정이다. 오디오갤러리가 이번 주에 런칭한 모듈식 오디오 '프로젝트 오디오 시스템' 역시 모듈화 디자인에 가깝다. 갑자기 엄청난 모듈 유행이 불고 있다. 그러나 나는 모듈을 생각하면 옮기다 부셔지는 '레고'가 자꾸 연상된다. IT 기기의 역사를 생각하면 모듈식 디자인이 성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듈식 디자인은 정말 혁신일까?




모듈형은 언뜻 놀라운 아이디어처럼 보인다. 자신이 원하는 기능을 추가하거나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듈식 디자인이 다시 대두된 이유는 단순하다. 상향평준화된 하드웨어 시장에서 고기능화를 위한 방법이고, 이게 차별화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딜레마가 있다. 최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스마트워치 등이 너무나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별도로 추가할 '하드웨어' 모듈이 많지 않다는 딜레마다. 모든 스마트폰들은 온갖 기술로 1cm 이하 두께에서 최선의 카메라 성능, 최선의 배터리, 최선의 음질이나 기능 들을 제공하고 있다. 기존 제품들을 뛰어넘는 사용성을 주려면 현재 스마트폰의 형태에서 벗어난 두꺼운 모듈을 써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매력이 확 줄어든다. 
모듈식 디자인의 딜레마는 어중간한 기능 업그레이드를 위해 기본 하드웨어 설계의 발란스가 무너질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너무 절망적인 얘기를 하지 말자. 모듈식 디자인도 분명히 성공한 예가 있으며, 우리는 그 성공한 예를 여러분과 제조사들에게 힌트로 제시하려 한다. 


 

1. 거치형 제품일 것. 




모듈식 디자인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그런데 성공한 모듈식 디자인은 공통점이 있다. 거치형에 가깝다는 점이다. 우선 콘솔 게임기나 조립식 PC, 모듈형 오디오도 크게 보면 모듈식 디자인의 확장인데, 지금도 그 형태가 지속되고 있다. 반면 모바일 제품에서는 대부분 짧은 실험 후에 사라졌다. 노트북의 PCMCIA 슬롯이나 휴대폰의 대용량 배터리, PDA중에 핸드스프링사의 '바이저' 등은 잠깐 유행했다가 모두 사라졌다. 모바일 기기에서는 휴대성과 무게, 편의성이 더 중요시되기 때문에 거추장스러운 모듈 부품들은 일부 마니아층들만 환호했다. 
구글이 시도하고 있는 모듈식 스마트폰인 '프로젝트 아라'에 대한 회의적 시선도 이 때문이다. 프로젝트 아라는 모듈의 접합방식이나 최적화의 실패로 인해 지난해 출시되기로 한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일반화할 수 없지만 성공한 모듈형 제품들은 거치형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거치형은 제품의 크기나 조립 완성도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나온 제품 중에 가장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제품은 에이서의 '레보 빌드'나 오디오갤러리의 '프로젝트 오디오 시스템'이다. 
그런데, G5같은 스마트폰이 문제다. 거치해 놓고 쓸 수 없다. 거치를 위해 전화 기능을 삭제해야 할까?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 그럼 모바일 제품에서 모듈식 디자인은 절망적인 걸까? 그렇지 않다.  


 

2. 경제적 저렴성




성공한 모듈식의 정점은 조립식 PC다. 아직도 조립식 PC만 고집하는 이들이 꽤 존재한다. 조립식 PC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성능도 있지만 결국 종합해 보면 소위 '가성비'다. 애플의 맥이나 삼성, LG 등 대기업 PC보다는 완성도가 떨어지고 휴대성도 떨어지지만 더 좋은 성능에 더 저렴한 가격으로 PC를 구입할 수 있었다. 모듈식 기기의 성공을 위해 중요한 시사점이다. 즉, 모듈형의 기본형 기기는 일반 제품보다 더 저렴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구글이 시도하는 '프로젝트 아라' 역시 마찬가지다. 기본 베이스 모듈이 10만원 이하고, 모듈을 몇 개 구입해도 여전히 저렴하다. 
모듈형 기기의 가장 큰 장점은 기능과 성능 선택의 자율성 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누군가에게는 가격 선택의 자율성이 더 큰 미덕일 수 있다. 사실 나도 젊은 시절 돈이 많았다면 손쉽게 맥이나 대기업 PC를 구입했을 거다. 


 

3. 지속성




이번에는 G5에 포커스를 맞춰서 얘기해 보자. 
모듈을 여러개 구입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마련이다. 그런데 모듈의 지속성이 1~2년 이하라면 소비자들로서는 모듈뿐만 아니라 모듈식 기기에 대한 투자 자체를 망설일 수 밖에 없다. LG G5도 비슷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현재로서는 LG G5에 사용한 모듈을 G6에서도 계속 사용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LG의 조준호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G6에서 G5 모듈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어댑터'를 언급하기도 했는데, 좋지 않은 방법이다. 공들여 만든 스마트폰 디자인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모듈식 스마트폰이 지속성을 가지려면 적어도 2번의 교체주기, 즉 다음 스마트폰까지는 폼팩터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다만 그렇게 되면 G6가 문제가 된다. G6의 디자인을 변경할 수도 없고, G6를 구입한 사람도 모듈의 지속성이 생기려면 G7도 같은 디자인이어야 한다. 그럼 LG G시리즈는 영원히 같은 디자인을 고수해야 하는 딜레마가 생긴다. 그러나 머리를 유연하게 하면 얼마든지 답이 있다. 눈을 잠깐 돌려 보자. 
애플은 지난 23일, 아이폰 5의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한 아이폰 SE를 발매했다. LG도 힌트를 얻었으면 한다. G6는 차세대 스마트폰으로 그대로 개발하고, G5의 폼팩터를 유지할 G5 SE를 개발하면 된다. LG에게도, 소비자에게도 나쁜 제안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이런 조건도 G5가 구매가치가 있을 때의 얘기다. 


 

4. 매력적인 모듈


위에 말한 조건들도 사실 쉽지 않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매력적인 모듈이 얼마나 존재하는 가다. 특히 앱(소프트웨어)을 소비하는 단말기에 가까운 스마트폰은 하드웨어적 불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굳이 말하면 배터리 정도가 전부다. (그러나 배터리는 물리적 크기를 키워야 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카메라 업그레이드나 디스플레이 업그레이드를 원하는 사용자도 가끔 있지만 현재 모듈형 스마트폰은 그 정도 업그레이드는 지원하지 않는다. 특히 한정된 크기를 유지해야 하고, 전원을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극단적인 기능 업그레이드도 쉽지 않다. 기존 소비자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놀라운 아이디어를 발견해야 하는데 이 점이 가장 어려운 점이다. 





쓰고 보니 절망적인 내용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대안을 하나 제시할까 한다. LG는 2014년 '아이디어 LG'라는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킥스타터나 인디고고처럼 소비자나 개발자들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LG가 제품을 만들어 주는 크라우드 소싱 개념의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1년 정도 진행되고 '아이디어 LG 톤플러스 HBS 801'하나만 선정한 채 끝나 버렸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 공모전은 오히려 모듈형 스마트폰인 G5에게 적합하다. 뚜렷한 폼팩터인 G5가 있기 때문에 산발적인 아이디어보다는 좀 더 명확한 아이디어들이 모일 수가 있다. 또, 크라우드 펀딩 요소를 도입한다면 소비자들의 관심도 지속될 수 있다. 
정리하자면 모듈식 디자인의 성공요인은 '매력적인 모듈'이 '지속적'으로 소비자들 관심을 끌며 '저렴하게' 나와줘야 한다. (거치형은 논외로 하자.) 모듈식 디자인을 준비하는 회사들은 이런 준비가 되어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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