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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vs 제프 베조스, 두 남자의 우주전쟁Posted Apr 15, 2016 11:49:00 AM

이상우

읽을 가치가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aspen@thegear.co.kr


제프 베조스와 일론 머스크. 이 두 사람을 스티브 잡스 이후 최고의 혁신가로 꼽는데 주저할 이는 없다. 두 사람에게는 사람들을 열광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남들이 보기엔 황당하기까지 한 목표를 향한 열정, 그리고 사람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놀라움을 선사한다. 대표적인 예가 우주여행이다. 처음엔 괴짜들의 호사로운 취미로 여겨졌지만, 추진 로켓의 재사용으로 발사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이는 실험에 성공하면서, 우주여행을 현실의 이야기로 만들었다. 한 번 쓰고 버렸던 추진 로켓을 회수하는 발상의 전환은 이 두 사람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 잘 보여준다.
이 두 혁신가의 이력부터 간단하게 이야기해보자.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태어난 일론 머스크는 1999년 이메일을 활용해 현금을 교환하는 서비스 ‘엑스닷컴(X.COM)’을 창업했다. 엑스닷컴은 공교롭게도 외계인과의 전쟁을 모티브로 한 비디오 게임 X-COM과 이름이 같다. 일론 머스크의 우주를 향한 집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듬해 3월, 그는 경쟁사였던 피터 씨엘의 ‘콘피니티(페이팔)’ 인수합병했다. 2002년 이베이에 페이팔 매각을 결정한 그는 같은 해 ‘스페이스 익스플로레이션 테크놀러지스(스페이스X)’를 설립한다. ‘화성을 정복하고 지구를 구하려는’ 그의 행보가 본격화되는 시기다. 실리콘밸리 특유의 빠른 기술 개발로 ‘팰컨1’ ‘팰컨9’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급품을 실어나르는 우주선 ‘드래곤’을 연달아 개발, 낮은 가격을 앞세워 미국 연방정부의 공공조달과 국제 상업 로켓 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한다. 스페이스X는 상업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곤’과 현재 미국 내 최대 발사 능력을 갖춘 대형 로켓 ’팰컨X’를 개발하고 있다. 2004년 설립된 테슬라모터스는 전기차나 가정용 충전 시스템 심지어 자회사를 통해 태양 전지 생산도 하고 있다.


1964년 미국 뉴멕시코에서 태어나 1995년 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Amazon.com)을 창업한 제프 베조스. 수익 대부분을 기술 개발에 쏟아 붓는 경영철학으로 아마존닷컴을 세계적인 인터넷 유통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07년에는 전자책 뷰어 ‘아마존 킨들’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편, 일론 머스크보다 앞서 우주 개발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2000년 블루오리진을 설립, 독자적으로 유인 우주선 개발에 나섰다. 지난 해 5월 지구 상공 100km까지 탄도 비행을 하는 유인 우주선 ‘뉴 셰퍼드’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고, 그해 11월에는 발사체가 원형 그대로 지상에 무사 착륙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제프 베조스가 설립한 블루오리진 이 두 회사의 수직 착륙형 재사용 로켓 개발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실상 같다. 발사 비용을 줄여 우주여행과 우주탐사 활성화 그리고 저비용의 수송 시스템 구축이다. 그러나 목적지까지의 세부 계획은 판이하다. 스페이스X가 짧은 시간에 발사 비용을 낮추려는 반면, 블루오리진은 탄도 유인 비행 형태의 우주여행 시장을 먼저 개척하고 다음 단계에서 저비용 우주 수송 시스템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이것의 차이는 팰컨9과 뉴 셰퍼드 설계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완성도와 저비용 두 마리 토끼 쫓는 스페이스X

우선, 스페이스X의 팰컨9을 살펴보자. 이 로켓은 2010년 6월 첫 완성 이후 2차례 개조를 했다. 현재의 팰컨9은 ‘팰컨9 v1.1 풀 트러스트’ 버전이다. 1호기부터 5호기까지가 1세대 ’팰컨9 v1.0’ 기체이고 6호기부터 19호기 그리고 2016년 1월 개발이 끝난 21호기 등 15대가 ‘팰컨9 v1.1’ 기체다. 2015년 12월 처음으로 1단계 추진 로켓의 육상 수직 착륙 회수에 성공한 21호기와 그 이후 쏘아 올린 기체는 ‘팰컨9 v1.1 풀 트러스트’에 해당된다. 그야말로 실리콘밸리 출신의 얼론 머스크다운 기술 개발 진행 방식이다.


스페이스X가 자체 개발한 ‘멀린 1D‘ 엔진이 탑재된 펠컨9[스페이스X가 자체 개발한 ‘멀린 1D‘ 엔진이 탑재된 펠컨9]


지금까지의 우주 개발 사업은 신뢰성 향상을 위해 일단 확정된 디자인은 최대한 변경을 하지 않는 게 관례였다. 조금 개선된다고 해서 변경하면 생각하지 못한 다른 부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스페이스X는 운영 중인 로켓조차 스스럼없이 새 기술을 도입하고 설계 변경을 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것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출시하고서 문제를 개선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IT 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발 방법론이다. 이 개발 방법론이 로켓 신뢰성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배경에는 일론 머스크의 빠른 의사 결정과 무어의 법칙이 선물한 초고속 고성능 컴퓨터(CAD/CAM, 3D 프린터, 제어, 각종 시뮬레이션)를 이용한 설계, 개발, 제조에 따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현재 팰컨9 v1.1 풀 트러스트는 길이 70m, 지름 3.7m, 무게 541t의 2단식 로켓이다. 1단계 추진 로켓은 자사가 개발한 ‘멀린 1D‘ 엔진 9개를 2단계 로켓은 1개를 사용한다.



1회용 로켓 v1.0에서 1단계 로켓 회수 시스템이 장착된 v1.1 풀 트러스트까지 진화에서 알 수 있듯이, 스페이스X는 우선 로켓 발사 능력을 향상, 안정화한 다음 회수 시스템을 장착하는 단계별 방법론을 택하고 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1단계뿐 아니라 2단계 로켓도 회수하여 재사용하려는 구상이다. 크기가 작은 2단계 로켓은 1단계 로켓보다 싸다. 그래서 재사용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도 사실 별로다. 또한 지구를 도는 궤도에 들어가기에 새로운 회수 시스템이 요구된다. 따라서 스페이스X가 2단계 로켓 재사용을 실제로 진행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1단계 로켓 회수 재사용의 비용 절감 효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스페이스X는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곤을 개발 중이고 때문에 일론 머스크가 상업 로켓 시장 제패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게 확실하다. 비용을 확 낮춘 펠컨9 크루 드래곤 발사가 그의 최종 목표다. 무중력 우주 공간 체험과 지구를 한 눈에 전망할 수 있는 공간으로 향하는 우주여행은 분명한 미래의 먹거리다. 그런데, 이런 꿈을 꾸는 사람은 일론 머스크뿐만이 아니다. 제프 베조스는 먼저 이 우주여행 시장을 공략하려 하고 있다.



우주여행은 내가 먼저, 블루오리진

블루오리진 ‘뉴 셰퍼드’의 추력은 팰컨9과 비교하면 아담하다. 목적이 위성 발사가 아닌 지구 상공 100km 밖 우주까지 유인 탄도 비행이기 때문이다. 뉴 셰퍼드의 구체적인 구조는 팰컨9과 달리 베일에 싸여있다. 블루오리진이 공개한 사진에서 어렴풋이 추정할 뿐이다. 전체 높이가 약 15m 정도, 로켓 부분 지름은 약 2.7m 캡슐 지름은 3.3m 정도다. 정확한 것은 자체 개발한 ‘BE-3’ 엔진을 사용한다는 정도다. 이 엔진은 액체 산소와 액체 수소를 추진제로 사용한다. 추력은 490킬로 뉴턴(kN)이다. 생김새에서 특징적인 것은 캡슐 우주선과 로켓 부분을 연결하는 어댑터링과 안정적인 비행을 돕는 지느러미 그리고 추진 로켓이 분리된 후 강하할 때 자세를 안정시키는 기능을 갖췄다.

지구 상공 110km에서 추진 로켓과 캡슐 우주선이 분리되는 블루오리진 '뉴 세퍼드'[지구 상공 110km에서 추진 로켓과 캡슐 우주선이 분리되는 블루오리진 '뉴 세퍼드']

블루오리진은 현재 홈페이지에서 우주여행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이메일 등록 접수를 시작했다. 뉴 셰퍼드 우주여행 패키지의 장점은 큰 창문이다. 캡슐 우주선에 상당히 큰 창문을 달아 멋진 풍경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제프 베조스의 궁극적인 목적은 탄도 비행이 아니다. 뉴 셰퍼드와 별도로 블루오리진은 추력 2400킬로 뉴턴의 대형 로켓 엔진 ‘BE-4’ 개발을 진행 중이다. 추진제는 액체 산소와 메탄이다. 이 엔진은 이미 미정부 항공 사업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의 새로운 로켓 ‘불칸’ 채택이 확정됐다.

블루오리진 역시 BE-4를 뉴 세퍼드 1단계 추진 로켓에 BE-3을 2단계 로켓에 사용하는 대형 로켓 개발 구상을 발표했다. 현재 1단계 로켓은 팰컨9과 마찬가지로 회수하여 재사용하고 2단계 로켓은 우주 비행사를 태운 우주선을 발사하는 정도밖에 알려진 것이 없다. 하지만 이 로켓이 ‘제프 베조스의 팰컨9’인 것은 분명하다. 그가 노리는 것은 일론 머스크와 같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상업 우주여행 시장 개척과 가격 파괴를 통한 상업 유인 우주탐사 활성화다.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은 같은 곳을 응시하며 서로 다른 로드맵 위를 질주하고 있다. 둘 모두 더 저렴한 우주 수송 시스템에서 유인 무인을 막론하고 인류의 우주 활동을 활발하게 하려는 거다. 그들이 앞다퉈 성과를 내놓는 수직 착륙 로켓 재활용은 그 시작이다.


미국은 민간 우주 비행 촉진 목적으로 공항 수준의 시설이 각지에 마련되어 있다. 이 시설을 활용한 탄도 비행 형태의 우주여행을 위한 법률과 제도도 이미 정비되어 있다. 우주여행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는 의미다. 발사 비용이 지금의 10분 1 수준으로 낮춰진다면 우주여행은 큰 시장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괴짜를 소개한다. 이 분야에서 두 사람 못지 않은 꾀짜 ’리처드 브랜슨’이 이끄는 버진그룹의 버진갤럭틱도 지난 2월 ‘스페이스십2’를 공개하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우주여행을 준비 중에 있다.
언제 시작될지는 불투명하지만 25만 달러(2억 5000만원)의 비용에도 불구하고 예약자가 이미 550명을 넘어섰다. 스티븐 호킹 박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비롯해 팝스타 레이디 가가와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이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버진갤럭틱 우주여행의 개념은 땅 위에서 쏘아 올리는 앞의 두 회사와 달리 '화이트나이트2'라는 모선에 실려 지상 15km에서 발사된다. 모선에서 떨어져 나온 스페이스십2는 로켓 엔진을 점화해 음속의 3.5배 속도로 날아가며 110km까지 상승한다. 고도 110km에 이르면 스페이스십2는 날개를 접고 6분간 자유낙하를 하며, 그 뒤 다시 날개를 펴 착륙한다. 그러니까 사실상 우주에 있는 것은 6분 정도다. 자유낙하 중인 비행체 내부는 무중력 상태가 되며, 이때 승객들은 안전벨트를 풀고 자유롭게 우주에서의 무중력 상태를 즐기면 된다. 우주선에는 조종사 2명과 승객 6명 등 최대 8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고 한다.

우주에서 찍은 인스타그램 사진이 돌아다니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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