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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없는 헤어드라이어, 다이슨 슈퍼소닉의 비밀Posted May 23, 2016 10:36:25 AM

이상우

읽을 가치가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aspen@thegear.co.kr

다이슨이 지난달 조용하고 뜨겁지 않은 헤어드라이어 ’다이슨 슈퍼소닉(Dyson Supersonic)’를 공개하며 미용 가전 시장에 화려한 첫발을 내디뎠다. 망치 같은 색다른 모양에 헤드에 있어야 할 모터, 송풍팬이 보이지 않는다. 이 독특한 디자인은 이 회사가 2009년 출시한 ’날개 없는 선풍기‘ ’에어 멀티플라이어(Air Multiplier)’의 아이디어를 차용한 작은 마이크로 모터에서 시작됐다. 모터와 송풍팬은 손잡이 부분에 숨어 있고 거기에서 통풍구로 바람이 이동, 링 안팎의 공기를 끌어들여 강력한 바람을 일으키는 구조다.


손잡이는 누구나 쥐기 쉬운 형태여야 하기에 구조상 아무래도 내부 공간은 작아진다. 이 작은 공간에 모터와 송풍팬을 넣고 어떻게 강력한 바람을 뿜어낼 수 있었을까.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이슨은 분당 11만 번 회전하는 마이크로 모터를 자체 개발했다. 사진에서 알 수 있듯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정말 작은 크기이면서 동력은 일반 헤어드라이어 모터의 8배라고 다이슨이 주장하고 있다. 어쨌든 이 작은 모터가 알루미늄 송풍팬을 고속 회전시켜 강한 바람을 일으킨다. 


하지만 7년 전 실용화한 날개 없는 선풍기 기술이 핵심이기에 사실 크게 놀랄만한 제품은 아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날개 없는 선풍기를 손바닥 크기로 줄였다고 볼 수 있어서다. 그런데 실제 체험한 해외 미디어 평에서 새로움을 느낄 여지가 충분하다. 무엇보다 일직선상으로 강하게 내뿜는 바람이 인상적이다. 바람이 통풍구를 나오자마자 흩어지는 보통의 헤어드라이어와 달리 여성의 긴 머리카락을 빠르게 말리는 데 무엇보다 효과적이다. 그만큼 시간이 단축된다. 두피까지 바람이 닿기에 머리카락 뿌리에서 시작되는 자연스러운 헤어 스타일링도 가능할 테다. 




스타일링을 하는데 필요한 3가지 종류의 어댑터가 포함되어 있으며, 자력을 이용한 탈착 방식이 편의성도 나무랄 때 없다.



초당 20회 온도 측정 시스템

11만 번 회전하는 마이크로 모터가 전부가 아니다. 온도를 제어해 머리카락 손상을 거의 없고 무게 균형을 재설계해 팔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머리카락을 말릴 수 있다. 일단 무게부터 보자. 생각만큼 가볍지 않다. 618g이다. 500g~600g 전후의 국내 주류 헤어드라이어보다 결코 가볍지 않다. 풍량이 약한 콤팩트 타입의 경우 300g 전후의 모델도 있기 때문에 무게 자체가 장점은 아니다.

그보다 머리카락이 뜨거운 바람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지능형 히트 컨트롤‘을 눈여겨 봐야 한다. 이것은 온도 센서가 바람의 온도를 초당 20회 측정하여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제어함으로써 온도를 일정 이하로 억제한다. 바람의 온도는 4종류(뜨거운 바람 3단계 + 28도의 차가운 바람)고 바람 세기는 3단계 조절이 된다. 스타일링 모드의 경우 약 78도이고 일반 표준 모드는 약 62도, 두피 모드는 45도다. 헤어드라이어 특유의 냄새가 없는 것도 특징이다. 왜냐하면 그 독특한 냄새는 공기 중의 먼지가 히터 부위에 불타면서 발생하는 것이기에 그렇다. 바람이 나오는 노즐을 이중구조로 만들어 이물질 유입을 막고 바깥쪽은 항상 뜨거워지지 않는다.

그럼 팔에 전달되는 부담은 어떻게 줄였을까. 새로 개발한 작고 가벼운 브러시리스 DC 모터 ’다이슨 디지털 모터 V9(DDM V9)’에 비밀이 숨어있다. 다른 헤어드라이어용 모터가 분당 1만 5000회 회전하는 반면 DDM V9는 약 11만 번 회전한다. 거의 10배 이상의 고속 회전으로 바람을 일으키는데 크기, 무게는 절반이다. 이 DDM V9를 손잡이에 넣는 방법으로 무게 균형을 재설계 했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20분 정도 헤어드라이어 사용을 가정하고 전신에 어떤 부담이 있는지, 어떤 근육이 사용하는 지를 조사하고 어떻게 해야 부담을 줄일 수 있는지 연구한 결과 중요한 것은 무게와 무게 균형이었다는 것이 다이슨의 설명이다.



주위의 공기 끌어들여 풍량 3배 늘려

DDM V9는 13장의 날개가 분당 11만 번 고속 회전하여 초당 13리터(분당 0.78입방미터)의 풍량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최대 풍량은 분당 2.4입방 미터다. 3배나 많다. 날개 없는 선풍기 ‘에어 멀티플라이어’ 기술 덕분이다. 에어 멀티플라이어는 통풍구에서 나오는 공기가 주변 공기를 덮어 전체 풍량을 6배로 키운다. 다이슨 슈퍼소닉의 경우 이 기술을 응용해 모터가 바람을 통풍구 주변의 공기를 끌어들여 3배의 풍량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조용하다. 팬 회전 수가 분당 11만 번이나 되니 소음이 발생하는 게 당연하다. 다이슨은 이 문제의 해결책을 불감청 주파수에서 찾았다. 인간의 귀에 거의 들리지 않는 주파수에서 회전하게 한 것이다. 다이슨의 날개 없는 선풍기처럼 정말 조용하다. 못 믿겠다면 아래 영상에서 직접 확인하자. 슈퍼소닉을 시연하는 인터뷰의 말이 정확하고 또렷하게 들린다.




다이슨의 먼지 봉투 없는 청소기와 날개 없는 선풍기처럼 조용한 헤어드라이어 역시 가격이 만만치 않다. 영국 현지 가격은 299파운드, 일본에선 4만 5000엔에 출시됐다. 한화로 환산하면 5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일반 헤어드라이어보다 10배 정도 비싸다. 여름쯤 국내에 출시될 예정의 이 헤어드라이어가 비싼 가격에도 청소기·선풍기처럼 성공을 거둘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