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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들이 만든 손가락을 전화기로 바꿔주는 기술 '시그널'Posted Oct 4, 2016 4:07:03 PM

정보라

판교 근처 주민입니다. 책 ‘보는’ 걸 좋아합니다.
borashow@thegear.net

킥스타터에서 사전 판매로 14억 원을 모은 제품이 있다. 이름도 이상한 이놈들연구소(이하 연구소)에서 만든 ‘시그널’이다. 영화 'ET'도 아닌데 손끝으로 통화하는 기기다.


손끝 통화하는 스마트 시계줄

시그널을 차고 귀에 손가락을 대면 소리가 들린다 +_+[시그널을 차고 귀에 손가락을 대면 소리가 들린다]

이름부터 보자. 이놈들연구소. 영어로는 INNOMDLE LAB으로 표기한다. 발칙하고 건방진 이름이다. 보기엔 이래도 뜻은 좋다. 끝없이 혁신하는 기업이 되겠다며 ‘Innovation과 ‘Medly’를 조합하여 만든 이름이다. 이놈들은 (어감이 이상한데 하대하는 게 아니다) 9월 1일 킥스타터에서 시그널 사전 판매를 시작했다. 2017년 2월 출시 예정인 이 제품은 시계줄이다. 스마트워치는 물론 아날로그 시계도, 시계줄만 시그널로 바꾸면 스마트 워치가 된다.

시그널은 하루에 얼마나 걸었는지와 운동량을 측정한다. 디스플레이가 없기 때문에 전용 앱을 깔아야 결과값을 볼 수 있다. 전용 앱을 깔기 싫으면 안 깔고 써도 된다. 통화와 이메일과 문자가 오면 시계줄 시그널이 진동을 만들어 알려준다.

여기까지만 보면 시그널은 너무 간단한 제품이다. 요즘 이 정도 기능은 2만원짜리 스마트워치에도 다 들어 있다. 킥스타터에서 단기간에 130만 달러를 모은 비결은 통화 기능에 있다.



시계줄이 만든 진동, 귀를 울려 소리를 만들다


시그널의 핵심 기능은 시계줄 안쪽에 동그랗게 솟은 돌기다. 이 돌기는 진동을 만드는데 이 진동으로 통화를 가능케 한다. 시계줄을 찬 상태에서 시계줄 밖에 있는 단추를 꾹 누르면 안쪽에 난 돌기가 진동을 만들고, 이 진동은 손목에서 손가락 끝까지 간다. 손가락을 귀에 대면 진동은 귀를 울리고 귀에 이어폰을 꼽은 것처럼 소리가 난다. 이 소리는 내 귀에서만 나므로 이어폰을 낀 효과가 난다. 시계줄에 마이크가 내장되어 있어서 시계를 찬 손을 귀에 대면 자연스레 마이크가 귀와 가까워지므로 통화가 된다.

전화 받기 단추 옆엔 마이크가 달렸다[전화 받기 단추 옆엔 마이크가 달렸다]

시계줄 안 쪽엔 진동 발생기가 있다. 이 부품이 만든 진동은 손목에서 손가락 끝까지 전달된다. 손가락을 귀에 대면 그 진동은 귓속 공기를 울려 소리를 만든다[시계줄 안 쪽엔 진동 발생기가 있다. 이 부품이 만든 진동은 손목에서 손가락 끝까지 전달된다. 손가락을 귀에 대면 그 진동은 귓속 공기를 울려 소리를 만든다]

그럼, 시그널을 쓰면 청력이 약한 사람도 통화를 할 수 있을까. 나이가 들면서 귀가 먼 노인들에게 효과적이라면 좋겠다. 그러나 최현철 이놈들 대표는 그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시그널의 작동 방식과 보청기에 쓰이는 골전도 기술은 달라요. 골전도 기술의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두개골을 두드려 달팽이관으로 직접 진동을 전달하는 게 골전도 기술이에요. 시그널은 손끝으로 진동을 보내고, 손끝까지 간 진동이 귓속 공기와 만나서 고막을 울려요. 고막이 손상된 분은 시그널이 만든 진동으로 소리를 들을 순 없어요."

노인은 고막의 탄력이 떨어져서 시그널을 착용해도 소용이 없다. 전화 통화마저 불가능하게 된 우리 할머니에게 사드리려고 했는데…… 아쉽다.



이어폰을 껴도 스피커폰을 써도 스마트 워치로 통화하기는 불편


이놈들은 시그널을 보청기의 대용품으로 개발한 게 아니다. 아이디어는 스마트 워치를 샀다며 자랑하던 친구에게서 얻었다.

“친구 하나가 얼리어답터였어요. 하루는 스마트 워치를 샀다며 차고 왔는데 스마트 워치로 통화해 보였어요. 자람삼아 통화하는데 통화 내용이 옆 사람에게 다 들리잖아요. 그 친구가 그걸 창피해하더라고요. 그땐 웃고 넘겼는데 생각할수록 스마트 워치의 통화 기능이 문제가 될 것 같았어요.”

최현철 대표는 스마트 워치가 퍼질수록 스피커 폰 또는 이어폰을 사용하는 통화 방법이 불편하게 느껴질거라고 내다봤다. 시계를 찬 것만으로 통화할 방법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신경을 자극하는 방법을 떠올렸다. 사람의 척수에 신경 다발이 있는데 촉각을 담당하는 신경과 청각을 담당하는 신경이 맞닿아 있으므로, 피부에 충격을 줘서 그 신호가 신경을 타고 올라가 청각 신경을 건드리는 방법이었다. 기발했지만 주위에 설명하면, 다들 작동 방식에 거부감을 느꼈다. 그러고 나서 진동을 떠올렸다.

“진동은 전동 칫솔과 피부 관리기구에 쓰여요. 진동 때문에 질병을 얻었다는 보고도 없고요.”



손목에서 손끝까지의 신체 부위는 진동 매개체


인체를 매개체로 한 진동이 손목에서 손끝까지 가도록 진동 신호를 개선하고, 통화하기에 충분한 목소리 주파수를 전달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보다 더 넓은 주파수 대역이 필요하여, 전달은 가능하지만 풍부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시그널은 출시까지 5개월이 남았다. 그때까지 데모와 전시용으로 만든 제품에 끝없이 변화를 줄 것이다. 지금 과제는 손목이 굵든 얇든, 살이 쪘든 말랐든 진동을 손끝까지 잘 전달하는 것이다.

진동은 사람의 인체에서 말랑한 곳보다 딱딱한 곳에서 더 잘 퍼진다. 인터뷰 중 시제품을 쓰면서 손목 안쪽 살이 있는 곳보다 손목의 양 옆 톡 튀어나온 뼈에 댔을 때 소리가 또렷해지는 걸 느꼈다. 이놈들은 누가 시계를 차든 진동이 잘 전달될 부위에 진동 단자를 닿게 하는 쪽으로 디자인을 개선해야 한다.

최현철 대표는 해외 전시를 다니며 아시아인과 서양인의 체형이 다르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했다. “저희가 아시아인에 맞춰 개발했더라고요. 해외에 나가니 손목이 훨씬 두꺼운 사람이 많아서 시계를 찼을 때 시그널의 진동 단자가 손목에 잘 닿지 않는 경우가 있었어요.”

시그널은 시계줄이다. 스마트 워치, 일반 시계과 연결해 쓸 수 있다. 시계가 없다면 (ㅠ. ㅠ) 아무런 기능이 없는 연결 부품을 이어서 써도 된다.[시그널은 시계줄이다. 스마트 워치, 일반 시계과 연결해 쓸 수 있다. 시계가 없다면 아무런 기능이 없는 연결 부품을 이어서 써도 된다.]

시그널은 줄곧 말했듯 시계줄이다. 시계줄 폭이 18mm에서 24mm인 시계와 호환이 가능하다. 약간의 탄력이 있는 고무 재질이어서 스포티한 느낌이 난다. 여성용이나 디자인이 클래시컬한 시계알과는 맞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시계알이 작은 시계는 시계줄 폭이 18mm 보다 좁으므로 시그널을 끼울 수 없다. 시제품 단계의 시그널은 한 번 충전하면 1주일 동안 작동하고, 연속 4시간 통화가 가능하다. 시계알이 작은 제품에 연결하려면 배터리가 지금보다 더 작고 얇아져야 한다. 비용이 문제다.


[이놈들 최현철 대표를 상대로 시그널이 음성을 얼마나 잘 전달하는지 시험해봤다. 가요를 모르는 게 난점이었으나 노래를 따라 흥얼거렸으니 시그널이 만든 진동이 손목에서 손끝을 타고 귀까지 소리를 전달하는 걸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