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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항공권을 대신 검색해 주는 한국어 서비스 '카약'Posted Oct 14, 2016 10:03:05 AM

정보라

판교 근처 주민입니다. 책 ‘보는’ 걸 좋아합니다.
borashow@thegear.net

인터넷 시대지만 여전히 "제주도 숙소 좀 추천해줘"라거나 "노트북 뭐 사?"라고 주변에 꼭 묻는 사람이 있다.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정확히 답해줄 사이트나 자신이 처한 특수한 사항을 구구절절히 맞춰 줄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다. 

점점 PC로 정보 찾는 게 귀찮다. PC 전원 단추는 핸드폰보다 늘 멀리 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최근 해외에서 시작하고 있는 대화형 서비스가 이런 사용자의 가려운 곳을 긁고 있다. 대표적으로 애플의 시리나 아마존의 에코 등이다. 이런 서비스는 보이스 기반이지만 텍스트 기반 서비스도 있다. 미국의 미디어인 쿼츠(Quartz)는 뉴스를 텍스트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올해 선보였다. 페이스북의 '페이스북 M', 마이크로소프트의 '테이', 중국 타오바오의 '아리왕왕'도 텍스트 기반의 대화형 서비스다. 

한국어로 된 서비스는 없을까? 있다. 이제 막 입을 뗀 수준이지만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작동하는 카약 (링크)이다. 카약은 항공권 검색 서비스인데 페이스북이 메신저를 기업에 열면서, 페이스북 메신저봇을 만들었다. 사람과 사람이 대화하듯 조건에 맞는 비행기 표를 찾는다.

카약 메신저봇이 한국어를 할 줄 안다기에 말을 걸어봤다. 카약에 말을 걸 때엔 영어로 불러야 한다. 수신인에 ‘KAYAK’을 입력했다. 사람이 아니고 기계가 답변을 하니, 대기 시간은 0분이다.


페이스북 메신저 계정 @KAYAK.co.kr 은 한국어를 할 줄 안다. [페이스북 메신저 계정 @KAYAK.co.kr 은 한국어를 할 줄 안다. ]


마음이 급했다. 카약이 내게 인삿말을 건네기 전 용건부터 말했다. “가을에 상하이”라고 말했는데 ‘가을’을 못알아들었다. 카약에게 계절은 너무 범위가 넓은 거 같다. 십대부터 검색 서비스를 써온 만큼 카약이 알아들을 말투를 고민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월 상하이 비행기 저가 티켓”. 다행히 알아듣는다. 출발지를 묻는다. 이번엔 인천공항을 못알아듣는다. 인천이라고 하니 그제야 안다. 공항을 떼고 말해야 하는가 보다. 그런데 자꾸 출국 날짜와 귀국 날짜가 이상하다고 한다. 10월이라고만 하면 표를 찾지 못했다. 11월 첫 주도 무슨 뜻인지 몰랐다. 구체적인 날짜를 줘야 했다. 11월 2일 이런 식으로 말이다.

11월 첫주 비행기표를 찾아달라고 했는데 11월 비행기표를 찾는다. '첫주'라는 단어를 아직 모르는 거다. '오는 항공편은'이라는 말뜻도 배우지 못한 것 같다. 카약에 말을 걸 때엔 어렵게 말하면 안 된다.[카약에 말을 걸 때엔 어렵게 말하면 안 된다.]

날짜 가지고 카약 메신저봇이랑 입씨름할 필요는 없다. 출발 도시와 목적지 도시만 알려주면 카약 메신저봇은 표를 여러 장 보여준다. 가성비 최고, 최단 시간, 최저가 하나씩 골라준다. 표를 보여줄 때엔 날짜와 출발 시각을 같이 표시한다. 카약 메신저봇의 언어 수준에 맞춰 말하면, 이 정보를 더 편하게 얻을 수 있다. 항공권 검색하기 개미지옥에서 벗어날 방법을 드디어 찾았다.

카약은 항공권 검색 엔진으로 출발해서 지금은 호텔과 렌터카, 여행 상품까지 검색한다. 메신저봇도 이 기능을 해낸다. “6월 20일 파리 렌터카”나 “50만원으로 갈 수 있는 여행지”라고 말을 걸면 조건에 맞는 상품을 찾는다. 비행기 표나 숙박 상품을 고르면 예약 페이지로 바로 이동한다. 귀찮게 카약 앱을 깔거나 웹사이트를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카약이랑 말하는 법은 금세 익숙해진다. 원하는 비행기 표를 찾으면 화면을 꾹 누르자. 예약 고고.[카약이랑 말하는 법은 금세 익숙해진다. 원하는 비행기 표를 찾으면 화면을 꾹 누르자. 예약하러 고고.]


이건 마치 네이버에서 상품 검색하고 검색 결과에 나온 쇼핑몰로 이동해 물건을 사는 것과 비슷하다. 카약 말고도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메신저 봇이 나오면 파란 창에 대고 “망원동 카페”나 “제주 추천 숙소”라고 쓰고 목록으로 나온 웹페이지와 블로그를 하나하나 클릭할 일이 줄지 모른다. 또, 서비스 사용자가 귀찮게 그리고 불편하게 정보를 탐색하는 수고로움도 줄 것이다.


카약 메신저봇의 한국어 실력은 수준급이지만, '50만원으로 갈 수 있는 여행지'와 '50만원으로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가 같은 뜻이라는 걸 알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아직 '50만원으로 갈 수 있는 여행지'와 '50만원으로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가 같은 뜻이라는 걸 알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카약으로 항공권 검색 개미지옥을 탈출할 수 있게 됐으나 난관이 있다. 카약의 한국어 실력이 썩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특히 어휘가 약하다. 카약은 하루, 이틀, 사흘과 같은 단어는 모른다. 고지식해서 ‘몇 박 묵을 겁니까?’라고 물으면 ‘1박’ 또는 ‘3박’처럼 질문에 쓰인 어휘로 답해야 접수한다.


카약이랑 대화하는 게 영 어색하면 카약이 예시로 던져주는 말풍선을 눌러도 된다.[카약이랑 대화하는 게 영 어색하면 카약이 예시로 던져주는 말풍선을 눌러도 된다.]


카약 메신저봇은 복습은 철저히 하는 편이다. 이수경 카약 한국시장 담당 이사는 “더 많은 사람이 카약봇을 이용할수록 이용자에게 보다 많은 도움을 주는 봇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머신러닝을 한다는 뜻은 아니다. 카약 메신저봇은 스스로 학습하는 단계에 오르지 못했으나, 개발팀이 답변 실패한 사례에서 카약에 말건 사람들이 쓴 어휘와 문장 등을 파악한다. 카약 메신저봇을 귀찮게 굴수록 언어 실력이 늘어난다고 하니 지금 말을 걸어보자. '헬로'나 '헤이'라는 인삿말은 생략해도 된다.

한국에서 "KAYAK"에 말을 걸면 카약 메신저봇은 한국어로 응대한다. 접속 지역을 파악해 자동 적용하는 건데 해외에나가서도 한국어로 대화하고 싶다면, 페이스북 국가 설정을 한국으로 미리 설정하자. 또는 카 한국 페이스북 페이지를 찾아가 말을 걸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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