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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구은애' 위키미디어 사무국장, "위키백과, 어렵지 않아요"Posted Nov 24, 2016 10:49:18 AM

정보라

판교 근처 주민입니다. 책 ‘보는’ 걸 좋아합니다.
borashow@thegear.net

위키백과가 15주년을 맞았다. 2001년 1월 15일 영어로 쓰이기 시작하여 지금은 3,900만 표제어가 287개 언어로 쓰였다. 한국어 위키백과의 역사도 오래됐다. 내년은 한국어 위키백과가 페이지를 연 지 15년이 되는 해다. 다만 한국어로 된 표제어는 36만 개로 영어에 비해 차이가 좀 난다. 한국어 위키백과는 누가 주도하고, 누가 운영하고 있을까? 위키백과 편집자 중 한국 위키미디어 협회 회원이자 협회 실무를 맡는 구은애 사무국장을 만났다.


위키백과와 위키미디어, 그리고 구은애 사무국장

“위키백과 편집을 재미로만 하는 건 아니에요. '지식을 무료로 영구히 공개한다’는 위키미디어 프로젝트의 지향에 동의하고 그렇기 때문에 기여하는 거예요.”

‘한국 위키미디어 협회’(이하 협회)의 구은애 사무국장은 위키백과 편집에 참여한 지 10년이 되어간다. 협회는 위키미디어 사용자 그룹인데 위키백과뿐 아니라 위키데이터, 위키 낱말사전 등 위키미디어의 각종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모인 단체다. 2015년 미국의 위키미디어 재단 승인을 받아 한국에서 위키백과 관련한 각종 교육과 알리기 활동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구은애 사무국장은 협회를 설립하기 전 논의 단계부터 참여하여 정식 출범 후 실무를 맡고 있다.

구은애 사무국장과 위키백과과 인연이 된 계기는 정리욕이었다. 구 사무국장은 평소 만화를 좋아하는데 만화가의 작품 목록과 계보를 정리한 웹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블로그에 적어봤지만, 개운하지 않았다.
“2007년, 우연히 위키를 발견했어요. 여기에 제 관심사 항목이 없었어요. 제가 채워 넣었죠”


취미활동으로 시작한 위키백과

남들보다 유별나게 편집증이나 정리 강박증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때엔 블로그와 웹 2.0 바람이 일었고, 웹에 정보가 쏟아져 나왔다. 구 사무국장은 그 상황에 감탄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정보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만드는 데 참여했다는 것이다.

위키백과는 누구나 편집하는 백과사전이다. 내용이 부실하면 채워 넣고 오류가 있으면 고칠 수 있다. 글쓰기 자격과 기준을 심사하는 절차 따위는 없다. 참여하다가 지치면 쉬고, 다시 마음이 생기면 그때에 기여하면 된다. 그야말로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는 ‘쿨’한 사전이다. 과거에 위키백과 편집자의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만났을 때에 다들 반가이 맞아주지만, 다음에 또 오라며 따로 연락하진 않는다. 정말 쿨내 난다.

이런 조직은 쿨하다 못해 차가울 수 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기여도에 따라서 평판이 좋아지고 때로는 그 평판을 토대로 취업을 할 수 있다. 위키백과에 이런 사례가 있다는 소식은 아직 들은 바 없다. 구은애 사무국장은 편집자에서 사용자그룹의 상근 직원이 되었으니 처음이자 유일한 사례겠다. 구은애 사무국장은 이런 위키백과에서 10년이나 활동하고서, 사용자 그룹을 법인으로 만드는 작업에까지 참여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협회의 다른 회원과 이사진은 그에게 사무국장 자리를 제안했다.

“제 성정이 저를 여기로 이끈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거요. 싫어하는 건 하지 못해요. 어릴 땐 좋아하는 과목만 공부하고 싫어하는 과목은 하지 않는 성격이었어요. 흥미를 자극하는 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위키백과가 좋았다, 아니 지금도 좋아한다는 고백이다. 요샛말로 ‘빼박’은 아니었다. 


나를 감동시킨 위키백과, 다른 위키엔 노관심

그가 위키 문법에만 매료된 건 아니다. 구성원이 함께 문서를 만들고 편집하고, 수정 내역을 확인할 수 있으며, 버전별로 아카이빙하는 위키는 위키백과에만 있지 않다. 위키 문법을 쓰는 한국어 사이트는 위키백과 말고도 꽤 있다.

“다른 위키에는 기여하지 않아요. 일반인이 보기에 나무위키, 리브레 위키, 디시위키, 위키백과가 같은 걸로 보이겠지만, 추구하는 바가 조금씩 달라요. 저는 위키백과 비전에 감화되었어요. 위키미디어 프로젝트는 교육적인 자료를 세계에 자유 라이선스로 배포하고 공개하는 게 목표예요.”

위키백과는 2001년 1월 15일 시작한 무료 온라인 백과사전이다. 누구나 제약 없이 볼 수 있고, 누구나 편집할 수 있다. 백과사전 항목을 편집하거나 지우는 것도 사용자 즉 편집자가 한다. 위키백과 편집을 네이버 지식iN이나 다음 사전처럼 어느 회사가, 또는 월급 받는 담당자가 하는 게 아니다. 위키백과 편집자는 나무위키나 엔하위키처럼 '드립'을 구사하지 않는다. IT 기업 정보를 공유하던 꿀위키처럼 특정 분야에만 치중하지 않는다. 금전적인 이익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위키백과를 운영하는 위키미디어 재단은 비영리 재단이다. 

위키미디어 재단은 위키백과뿐 아니라, 위키문법을 사용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동시에 운영한다. 낱말사전, 사진과 영상 등 미디어 파일을 아카이빙하는 위키미디어 공용과 위키문헌 등이 있다. 위키백과의 데이터를 한데서 관리하는 위키데이터도 있다. 위키데이터는 위키백과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정보의 구조를 파악하게끔 한다. 위키백과가 남성 편향적이며, 여성과 관련한 표제어가 적다는 발표가 나온 적이 있는데 위키데이터 덕분에 나온 결과이다. 특정 분야에서 정보 누락이 있다면 위키백과 사용자는 위키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구은애 사무국장은 위키데이터의 존재도 여느 위키들과 위키백과를 구별하는 특징이라고 봤다.

다양한 위키미디어 프로젝트. 이중 우리에게 익숙한 건 위키백과이다.[다양한 위키미디어 프로젝트. 이중 우리에게 익숙한 건 위키백과이다.]


"앞으로 할 일은 정하지 않았어요"

구은애 사무국장이 위키백과 편집자로 활동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5년, 10년 뒤에도 협회의 사무국장으로 일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한국에서 한국 위키미디어 협회는 소규모 법인에 불과하다.

“위키백과가 가는 사람 안 잡고 오는 사람 안 막는 곳인걸요. 하하하. 제가 미래를 설계하는 스타일도 아니고요. 다만 지금은 사람들이 위키백과와 다른 위키가 구별되지 않는 상황에서 위키백과를 더 알리고 싶어요. 그리고 요즘 시대에 1, 2년일지라도 커리어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구은애 사무국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자신을 ‘오늘만 사는 인간’이라고 말했다. 농담처럼 들렸지만, 표정은 진지했다. 오늘을 잘 살아내야 가슴 뻐근한 어제가 있고 설레는 내일이 오는 게 아닐까. 한국 위키미디어 협회는 내년에 한국어 위키백과 15주년을 맞이하여 몇 가지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다함께 모여서 위키백과 문서를 만들고 채우는 해커톤과 유사한 ‘에디터톤’(edit+a+thon)을 전국을 돌며서 할 생각이다. 11월께는 15주년 기념 행사로 하루짜리 콘퍼런스를 준비한다.



구은애 사무국장님, 지겨울 정도로 많이 받는 질문은 뭐예요?


‘누구나 편집하는 사전인데 어떻게 신뢰하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사람들은 위키백과를 누구나 편집한다는 건 아는데 누구나 검토할 수 있다는 건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누구나 쓰는 건 네이버 지식iN도 가능해요. 위키백과는 누구나 검토하고 누구나 수정할 수 있어요.

이렇게 대답하면 ‘누구나 고치면 엉망이 되지 않느냐?’라는 질문이 나와요. 위키백과는 누구나 옛날 버전으로 돌릴 수 있어요. 수정한 내용들이 다 보존되어 있어요. 내용이 사라지지 않아요.



위키백과의 원칙

위키백과는 백과사전이다. 위키백과는 기사나 광고, 주장을 올리는 곳이 아니다.

위키백과는 중립적인 시각에서 바라본다. 편향되지 않되 소수 의견을 편견없이 반영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위키백과의 글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의 저작자 표시 동일조건변경허락 조건을 지키면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위키백과에서는 다른 사용자를 존중한다. 의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위키백과의 다른 사용자를 공격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위키백과에는 엄격한 규칙이 없다. 이 다섯가지 원칙 말고 나머지 규칙은 중요하지 않다. 그렇지만 한 번 쓴 내용은 영원히 남는다는 점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