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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타트업 홍보 담당자로 살아가기Posted Dec 9, 2016 9:34:16 AM

정보라

판교 근처 주민입니다. 책 ‘보는’ 걸 좋아합니다.
borashow@thegear.net

스타트업 홍보 담당자는 재능이 다양해야 한다. 홍보와 마케팅의 영역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두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경우가 많고, 여기에 고객관리도 하고, 그외 담당자가 따로 없는 일을 나서서 한다. 자기를 ‘개발 빼고 다 합니다’라고 소개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이은아 이지식스 매니저도 스타트업의 전형적인 홍보 담당자의 느낌이었다. 

이은하 이지식스 매니저[이은아 이지식스 매니저]

이은아 매니저는 스타트업 근무 3년차다. 텐아시아 영문 에디터, 연합뉴스 인턴 기자로 일했는데 2년 전 스타트업의 세계로 발을 디뎠다. 인도네시아에서 학교를 다녀서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익숙하다고 한다.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

이지식스가 서비스하는 이지웨이[이지식스가 서비스하는 이지웨이]


이지식스는 홍콩과 중국 심천에서 이지웨이라는 차량 예약 모바일 앱을 운영한다. 이지웨이는 2015년 7월 출시됐는데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가 두 가지다. 홍콩과 광동 지역을 오가며 출입국 심사를 차량에서 받을 수 있는 리무진 서비스, 홍콩 공항과 심천 공항, 디즈니 랜드 등 홍콩과 심천 지역 노선을 도는 버스와 승합차 예약 서비스가 있다. 출장을 가거나 현지 지리, 사정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무척 편리한 서비스다.

이지웨이는 기업 고객과 개인 고객을 모두 서비스 대상으로 삼는다. 네이버와 코트라, KDB 증권 등이 이지웨이의 고객이다. 웹 서밋의 아시아 버전인 홍콩 라이즈, 다국적 광고 회사 '제이 월터 톰슨'도 고객사로 두었다. 1년 남짓한 동안 이지웨이 고객이 이동한 거리는 18만km로 서울에서 부산을 470번을 왕복한 거리다. 홍콩과 심천 국경을 오가는 사람이 하루 평균 60만 명이라는데 이지웨이가 사로잡아야 할 예비 고객들이 이만큼이나 많다.

이지식스 직원은 대표를 포함하여 18명이다. 한국 사무소엔 9명이 있는데 이중 여성은 한 명뿐이다. 바로 이은아 매니저다. 나머지 사람들은 디자이너이든, 프로그래머이든 제품 개발에 투입되는데 사무실에서 그만 홀로 그 일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의 업무는 홍보와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이 일의 담당자도 이은아 매니저 한 명밖에 없다. 성별로도, 업무로도 혼자라니… 왕따된 느낌일까? 그 느낌을, 이은아 매니저는 개인 블로그 (링크)에 썼다. 


이은아 매니저가 스타트업에서 홀로 여성으로, PR과 홍보 마케팅 담당자로 일하는 것에 대하여 쓴 글이다.

내용은 이렇다. 쉬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 밥 먹는 양 등 혼자만 다르다는 걸 알게된 여러 상황들, 그리고 성과를 측정하기 모호한 홍보와 마케팅이란 업무, 나 홀로 회사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느낌 등등. 처음으로 홍보 담당자 업무를 맡게 된 막연함과 그 극복을 담담히 써내려갔다. 나같으면 사내에서 성별로든 일로든 혼자여서 느꼈을 짜증과 불평, 불만이 가득할 줄 알았는데 글은 긍정적인 기운으로 가득하다. 홍보 담당자가 써서일까. 글쓴이 성격 탓일까.

“혼자 여자여서 힘든 건 없어요. 외부에서 전화오면 저를 당연히 경리로 아는 일은 종종 있지만요. 그보단 제가 회사에서 제 일을 찾아간 과정을 쓰고 싶었어요.”

그는 같은 글을 회사 블로그에도 올렸다. 테크인아시아라는 해외 매체에 기고도 했다.

한 번 쓴 글은 최대한 다양한 곳에서 활용하는 게 그의 글쓰기와 글 발행하기 노하우다.


마케터가 고객 관리 일을 하는 건, 성공을 위해서


이은아 매니저가 쓴 글엔 그가 고객 관리 일을 맡게된 과정이 나온다. 요즘 그의 업무 양은 홍보와 마케팅보다 고객 관리가 더 많다. 비율로 따지만 8대 2 정도다. 8이 고객 관리다! 홍보와 마케팅 담당자로 입사했는데 다른 업무가 훨씬 더 많다는 얘기다. 억울하지 않을까? 그러나 스스로 찾은 일이었단다. 

“우리 서비스를 쓰는 분들에게 고마웠어요. 그리고 낯선 땅에서 국경을 넘는 게 얼마나 무섭겠어요. 그 마음 때문에 일을 찾아서 했어요. 자연스럽게요.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우리가 노력하는 걸 느끼게 하는 게 최고의 마케팅이라고 생각했어요. 페이스북 광고, TV 광고보다 진심을 전하는 거요.”

애사심 때문이었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이제 막 시작한 회사는 홍보하고 마케팅할 게 그다지 많지 않다. 기자들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예산은 부족하고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 않다. 홍보와 마케팅 담당자는 가만히 있어선 할 일이 안 생기는 거다.

“스타트업은 기획 기사로 제안할 거나, 뉴스거리, 블로그에 쓸 얘기가 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슬그머니 고객관리에 발을 들이 밀더니, 지금은 개발 팀에 기능 개선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기획 업무에도 손을 대고 있다고 한다. 고생을 사서하는 것 같은데 억지로 시켜서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 회사, 이 서비스의 성공은 내 것, 우리의 것이니까요”라고 조곤조곤 말한다. 말투는 부드러운데 내용은 세다. 게다가 야망도 있다. 스타트업의 홍보 담당자는 회사의 성장이 곧 자신의 커리어고 포트폴리오여서일까?

이지식스는 좀 특이한 스타트업이다. 서비스 지역은 중국인데, 개발 팀은 한국에 있다. 중국에서든 한국에서든 유명세는 커녕 인지도 쌓기부터 만만찮을텐데. 우려섞인 말에 이번에도 조곤조곤한 말투로 센 발언을 한다.

“중국은 완전 새로운 도전이죠. 죽기 전에 ‘이런 것도 해봤어’라고 말하고 싶은데 스타트업에, 중국 시장이라... 신나고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큰 물에서 놀고 싶다’고 말하기에 미국을 얘기했더니 그는 미국은 큰 물로 치지 않았다. 미국은 영어가 통하니 언제든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도전정신이 일지 않았단다. 미국엔 도전정신조차 일지 않는다니! 이 정도는 해야 스타트업 홍보 담당자로 버틸 수 있나 보다.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은 반성으로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