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으로 이동하기

카풀 앱, 차량 공유일까? 새로운 형태의 우버일까?Posted Dec 6, 2016 10:37:57 AM

정보라

판교 근처 주민입니다. 책 ‘보는’ 걸 좋아합니다.
borashow@thegear.net

지난 주, 카풀 앱을 고발하겠다는 성남시의 입장이 기사화됐다. 카풀 앱에 대한 민원이 들어와 국토교통부에 문의했는데 위법이라는 유권 해석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카풀 앱 위법 논란, 정부가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는 걸까, 아니면 허점을 파고든 장삿속일까. 최근 카풀 앱을 자주 이용한 사용자로서 카풀 앱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 봤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행 중인 카풀 앱은 ‘풀러스’와 ‘럭시’가 유명하다. 

럭시 [럭시 ]

풀러스[풀러스]


출퇴근 시간에만 운행하는 제 2의 우버?


카풀의 사전적 정의는 '승용차 함께 타기, 자가용 소유자들이 출퇴근시 차량을 함께 타기'다. 카풀 앱도 비슷한 개념으로 시작됐다. 앱으로 차를 탈 위치와 목적지를 입력하고, 차를 부르면 그 장소로 차가 온다. 일반인들끼리 영업용이 아닌 차량으로 출퇴근시에 차량을 함께 탄다. 

그런데, 일반 카풀과 차이점이 하나 있다. 영업용 차량이 아니지만 카풀 앱은 꼬박꼬박 차비를 받는다. 운전자가 가는 길에 태워줬으니 기름값 정도 내라는 거다. 차를 얻어 탄 성의를 기름값으로 매겨야 하니 카풀 앱은 주행 거리를 따질 수밖에 없게 됐다. 주행 거리는 전용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파악한다. 개인끼리의 결제에 불편이 있을 수 있으니 결제도 카풀앱이 대신 중개한다. 그런데, 회원가입과 내비게이션, 결제 시스템까지 갖추고 난 카풀 앱은 우버와 닮았다. 

우버는 현재 한국에서 불법으로 판명되어 일반 우버 서비스는 중단된 상태다. 대신 택시 면허를 소지한 운전기사 운행하는 '우버 블랙' 서비스는 재개했다.



영업하기 위한 운전자도 있어


풀러스와 럭시를 처음 쓸 때만 해도 난, 두 서비스를 ‘카풀’이라고 여겼다. 고유가 시대에 기름 낭비와 출퇴근 시간 교통 혼잡을 줄이고자 나온 그 아이디어 말이다. 두 서비스로 차를 타는 횟수가 늘수록 ‘카풀’의 뜻이 헷갈려졌다. 택시와 다를 바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용 요금이 택시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뿐더러, 차를 얻어탄다는 느낌 대신 영업용 차량을 탄다는 느낌도 강하다. 풀러스와 럭시 모두 정가 요금은 택시보다 약간 싼 수준이다.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서현역까지 이용 요금은 3천원 대에서 4천원 대 사이다. 이는 택시요금 4천원 대와 크게 차이가 없다. 쿠폰을 자주 발행하는 게 택시와 다를 뿐이다. 카풀의 본래 취지보다는 우버에 더 가깝다고 느꼈다.

운전자들은 카풀 앱을 어떻게 생각할까? 카풀 앱을 이용하며 운전자에게 물어봤다. 서울에서 성남을 가는 길이었는데 ‘집이 성남이나 근처인가봐요’라고 말하니 ‘집은 서울’이라며 ‘태워서 나오면 돼요’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방향이 맞아서 태우는 게 아니라, 카풀 앱으로 돈을 벌려고 태운 운전자도 있다. 운전자에게 물으면 열에 다섯은 ‘기름값밖에 안 된다’지만, 나머지 다섯은 ‘핸드폰 새로 장만해서’라거나 ‘돈이 필요해서’라고 대답했다. 풀러스는 일부 운전자에겐 일정 기간 매일 운행하면 얼마의 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활동비를 지급하는 카풀 앱도 있다[활동비를 지급하는 카풀 앱도 있다]


카풀의 본래 취지를 살리는 쪽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현행 법상 자가용을 운송용으로 쓰거나 임대, 알선하는 건 불법이다. 다만, 출퇴근할 때는 예외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 금지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이하 "자가용자동차"라 한다)를 유상(자동차 운행에 필요한 경비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여서는 아니 되며, 누구든지 이를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 또는 임대하거나 이를 알선할 수 있다.

1.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


풀러스와 럭시가 파고든 지점이 바로 위의 예외 조항이다.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차량은 운행도, 알선도, 임대도 안 되지만, 출퇴근할 때만은 예외라는 조항 말이다.

‘출퇴근은 예외’라는 조항 때문에 풀러스와 럭시는 서비스 이용 시간을 제한한다. 풀러스는 새벽 6시부터 오전 11시와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 럭시는 새벽 5시부터 오전 11시,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에만 차량과 승객을 연결한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운전자가 퇴근을 하루에 두 번, 세 번하는 것까지 막지는 않는다. 운행 횟수를 제한하지 않아서 운전자는 밤새 손님을 태울 수 있다.

그런데 출퇴근하며 매번 택시비만큼 지출하는 게 과연 일반적인 모습일까? 또 밤새 집과 정반대 길로 돌아 운전하여 퇴근하는 것도 일반적인 퇴근 풍경으로 볼 수 있을까? 카풀은 차량의 운행을 줄이는 취지가 되야 하는데, 오히려 이런 방식이면 영업을 위해 차량의 이용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것이 내가 카풀 앱과 택시를 구분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게 된 까닭이다. 정부가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있지만, 카풀 앱 또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으로서는 법망을 피한 택시인지, 아니면 자가용을 영업용으로 쓰게 하는 새로운 시도인지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