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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내 차인 듯 내 차 아닌, 내 차 같은 쏘카 '제로카'Posted Dec 12, 2016 3:24:46 PM

정보라

판교 근처 주민입니다. 책 ‘보는’ 걸 좋아합니다.
borashow@thegear.net

얼마 전 차 한 대를 뽑았다. 내 명의로 된 차는 아니다. 쏘카에서 딱 1년만 빌렸다. 쏘카의 ‘제로카 셰어링’ 프로그램이다. 9월에 차를 인도 받고 12월이 되었으니 벌써 3개월이 되어 간다. 그동안 오락가락하던 내 마음을 기록한다.


다른 사람에게 내 차 빌려주기


쏘카 제로카 셰어링은 여느 차량 렌탈 상품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큰 차이는 빌린 차를 쏘카 사용자에게 다시 빌려주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 수익이 커지면 렌트비가 할인되면서 제로, 즉, 0원까지 내려간다고 쏘카는 주장했다. 그래서 제로카다. 

이와 비슷한 시도는 해외에서 이미 나왔다. BMW의 리치나우, 포드의 포드 크레딧 링크, GM의 오펠 카 유니티 등이 대표적인 예다. 다른 이에게 차를 빌려주면 대여료의 일정 비율을 차량 렌트비 또는 구입비에서 차감하는 게 쏘카의 제로카 셰어링과 비슷하다.

모든 게 꼭 닮진 않았다. 자동차 제조 회사는 차량 판매 프로모션의 하나로 시작했고, 쏘카는 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위해 시작했다. 쏘카는 장기 렌트 프로그램으로 차량 공유 서비스의 뼈대가 되는 주차장을 확보하고, 차량 관리를 맡기는 두 가지 효과를 노렸다. 개인이 자기 차를 대가를 받고 빌려주는 게 법으로 금지(여객운수 사업법)된 한국에서 차량을 공유하는 아이디어를 재기발랄하게 구현한 첫 사례다.



복권 당첨에 버금가던 제로카 셰어링


쏘카 제로카 셰어링의 렌트비는 차종과 회차마다 다른데 대략 아래 표와 같다.

위 금액엔 보험과 정기 점검, 소모품 교체까지 포함됐다. 보험은 계약 당사자뿐 아니라 배우자, 부모와 자녀까지 자동으로 묶고, 이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2명까지 무료로 등록 가능하다. 쏘카의 다른 사용자에게 빌려주는 걸 조건으로 한 프로그램이니만큼 혜택을 부족하지 않게 넣었다. 

나는 제로카 셰어링 2차에 당첨되어 티볼리를 대여 받았다. ‘당첨’이라는 단어를 쓰니 복권에 버금가는 프로그램 같은데, 1차 때는 분명 그랬다. 1차 아반떼 AD는 한 달 19만8천 원이라는 싼 값과 대인배상 보험 무한대 보장, 대물배상은 1억 원, 자기신체 사고 1억 원 등 보험 보장 범위가 넓어 눈길을 끌었다. 이 때문에 신청자가 몰려서 100명 모집하려던 계획을 수정하여 300명으로 늘렸다. 이후 1개월 여 운영 기간 동안 10명 중 4명이 ‘제로’카를 달성했다.

이 숫자에 혹했다. 한 달 커피값도 안 되는 돈으로 차를 마련한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신청했다.



차 받던 날은 신차 뽑은 듯한 기분


신청했지만, 자신은 없었다. 아파트에 사는데 지정 주차면이 없어서 주차 위치가 매번 달라지기 때문이다. 쏘카를 이용해 본 경험으론 주차장 찾는 게 쏘카 이용의 첫걸음이었다. 차를 빌리고 반납하는 데에 회원가입만큼 중요한 게 주차장 찾기다. 그래서 내 주차면이 확실한 주택이나 빌라에 사는 게 유리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당첨됐다. ‘당첨’이라는 단어를 쓰는 까닭은 쏘카가 회차당 100명씩만 계약하기 때문이다. 1차에 워낙 많은 사람이 몰렸다가 떨어진 걸 지켜봤기에 ‘당첨’되었을 땐 설레기까지 했다.

쏘카에서 티볼리를 집으로 보내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침이었다. 시트와 문짝 비닐을 떼지 않은 반짝이는 새차가 왔다. 인도하던 분은 ‘축하합니다’라며 열쇠와 수령증을 건넸다. ‘차를 사면 이런 느낌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1년만 쓰는 차이지만, 내 차 없이 살다가 차가 생기니 기분이 남달랐다. 정말 내가 차를 산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만큼 한 달 부담하는 돈이 적지 않긴 하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도 아는 차량 공유 서비스


제로카 셰어링에 응모하면서 나는 주차장을 강조했다. 우리집은 준공 20년이 넘은 아파트다. 신식 아파트는 아파트 입구, 현관 등에서 입주민을 가려서 통과하는데 이곳은 오래되어 그런 시설이 없다. 이 부분이 제로카 셰어링에 유리했다. 외부인 방문을 막지 않아야 쏘카 사용자들이 수시로 찾아와 차를 빌리고 반납하기 쉽기 때문이다. 

관리사무소 직원이 쏘카를 알고 있는 건 인상적이었다. 계약을 앞두고 쏘카에 내가 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일종의 증서를 내야 했는데 아파트 입주민은 관리사무소에 가서 차량 공유 서비스용으로 차를 빌려와 주차할 텐데 양해해 달라는 서류에 직인을 받으면 됐다. 그런데 만약 관리사무소 담당자가 차량 공유 서비스를 모르면, 나는 쏘카의 사업 구조와 서비스 취지부터 설명해야 했을 게다. 다행히 우리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내가 ‘쏘카’라고 입을 떼자 바로 ‘나 그거 알아요’라며 도장을 바로 찍어줬다.

이때만 해도 '관리사무소에서도 알다니, 빌려갈 사람도 꽤 있겠는걸'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한달에 5~10건 정도 대여가 있는데 우리 동네에선 기대한 만큼 손님(?)이 없다. 나름 동네 사람들을 위해 쏘카존을 설치한다고 생각했는데 혼자한 착각이었던 것 같다.



제로카, 정말 렌트비가 제로일까?


내 주변 사람들은 당첨 과정보다 차를 빌려주는 것과 실제 렌트비 부담 수준을 더 궁금해한다. ‘돈이 되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다. 결론부터 말하면 내 대답은 ‘모르겠다’다. 

제로카 셰어링은 편리한 점이 있는 만큼 불편한 점이 있다. 차를 사 본 적 없고, 차를 사려면 고려할 차량의 사양과 옵션도 잘 모르는 나에게는 참 편리하다. 게다가 세금 납부와 보험 가입, 정비까지 알아서 해주니 정말 편리하다. 주차장 빼곤 내가 나설 게 하나도 없다. 또, 잘만 하면 렌트비를 할인 받을 수 있다. 렌트비가 0원이 되고, 차값과 하이패스 이용 요금까지 빠진 사례가 나오는데 그렇다고 모두가 누리는 건 아니다. 월 대여료 0원 달성한 차량은 1차~3차에 참여한 차량 중 27%이고, 할인액은 평균 14만원이다.

문제는, 렌트비를 할인받으려 할 때다. 쏘카는 제로카 셰어링 차주가 차량을 공유하기 상태로 설정하기만 해도 시간당 100원씩 준다. 차량 임대 수익은 5대5 또는 6대4로 나눈다. 1차에서 반반씩 나눠 갖기로 했다가 2차부터 이를 수정했다. 쏘카가 6, 제로카 셰어링 차주가 4를 가져가는 것으로 바꿨다. 나는 1차가 아닌 2차에 당첨됐다.

수익 배분은 실제 결제 금액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쏘카 사용자가 무료 쿠폰이나 크레딧으로 결제하면, 제로카 셰어링 차주에겐 돌아오는 이득이 없다. 낯선 사람이 내 차를 잠깐 쓴 것과 같다! 기분 탓인지, 차를 더럽게 쓰는 사람은 공짜 손님이었다. 차량에 같이 쓰자며 비치한 USB 충전기를 가져가거나 휴지와 영수증을 그대로 두고 반납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동물 털이 눈에 띌 정도인데 치우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회원 10명 중 9명이 2030 남성이고, 그중 절반 이상이 20대라고 하는데 '그 나이는 원래 이런가’하고 넘어갈 수 밖에 없다. 쏘카가 내부 세차 비용을 영수증 처리하지만, 고객센터에 매번 연락하는 게 즐거운 일은 아니다.

고객센터에 전화할 때면, ‘전 제로카를 몰라서요’, ‘제로카는 제 담당이 아니라서요’, ‘이 번호가 아니에요’라는 말을 듣는데 이것도 기운을 빠지게 한다. 240만 쏘카 사용자 가운데 제로카 셰어링 차주는 500명 남짓, 0.02%에 불과하니 이럴 수 있다지만, 서운함이 가시지 않는다. 현재 쏘카의 고객센터는 직원 150명이 24시간 연중 무휴로 운영한다.



모르는 사람에게 차 빌려주기


무엇보다 이 차를 누가 빌려가고 어디에 쓰는지 알길이 없으니, 차를 빌려주는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다. 남에게 빌려줄 차이기 때문에 개인 물건을 두고 다닐 수가 없다. 나도 쓰고 빌려쓰는 사람도 같이 쓰자며 우산을 비치한 적이 있는데 그 우산은 어느날 없어졌다. 내 집을 남에게 빌려주는 민박이나 게스트하우스, 에어비앤비와 다른 지점이다. 제로카 셰어링 차주는 차량을 공유하겠다고 설정한 시간 동안 통제권을 잃는다. 이러니 왠지 뒷처리하는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주위에서 ‘제로카 셰어링하니 기분이 어때?’라고 물으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쏘카 관리인됐다’고 말한다.

쏘카는 ‘서울에선 걸어서 5분 거리에 쏘카존(쏘카 주차장)을 만든다’라는 목표를 세웠고 어느 정도 달성했다. 제로카 셰어링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쏘카존을 촘촘히 세울 수 있게 됐다. 쏘카존은 2016년 6월, 2천3백 곳이었는데 12월, 2천9백 곳으로 늘었다. 그동안 제로카 셰어링 차주 6백 명을 모았으니 이 수치와 얼추 맞는다. 차를 사지 않아도 원하는 장소에서 필요한 때에 차를 쓰기가 편리해지고 있다.

불만을 잔뜩 얘기했지만, 쏘카 제로카 셰어링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차주용 앱에 기능이 하나둘 더해지고 업데이트도 꾸준히 이루어진다. 쏘카 사용자 사이에서 제로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면서 쏘카 앱에서 제로카 셰어링 차량은 별도로 표시하기 시작했다. 쏘카도 1차는 프로모션 행사처럼 갖가지 혜택을 넣었으나 수익 배분 비율을 조정하고 렌트비를 조절하는 등 점차 실리를 찾아가는 듯하다. 성급하게 시작한 프로그램의 시행착오를 운영하며 바로잡는 모양새다. 그렇지만 모두가 내 것처럼 소중히 쓰고, 남의 것을 잠시 빌린 것처럼 조심히 쓰는 공유 문화는 쉽게 형성되는 것 같지 않다. 


한줄 평: 내 차인 듯 내 차 아닌 내 차 같은 제로카. 내 차를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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