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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에어팟 리뷰 - 애플 생태계 안에서의 혁신Posted 2016. 12. 23 오전 9:52:01

이상우

읽을 가치가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aspen@thegear.co.kr

애플이 아이폰 7을 공개했을 당시 가장 이슈가 된 것은 이어폰 단자가 사라졌다는 사실이었다. 사라진 이어폰 단자의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애플이 내놓은 해답이 블루투스 이어폰인 '에어팟'이다. 다만 디자인에 대한 조롱은 쏟아졌다. 나도 디자인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애플 스페셜 이벤트가 끝나고 데모해 볼 수 있는 '터치&트라이'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에어팟의 특징은 간편한 페어링이었다.

충전을 겸하는 케이스의 뚜껑을 열면 연결 준비가 됐다는 안내가 아이폰 화면에 나타난다. 이 작업은 순식간에 끝났다. 전원을 켜고 '설정→Bluetooth'로 이동해 연결을 눌러야 되는 이전의 블루투스 이어폰 연결 방식이 얼마나 구식이고 불편한 것인지 이때 알았다. 케이스 뚜껑을 열고 아이폰 화면의 '연결' 버튼을 누르면 페어링이 끝나고 다음에는 케이스 두껑을 여는 것과 동시에 연결되는 방식은 정말 편리했다.

연말을 코앞에 둔 12월 13일 드디어 에어팟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개 후 100여 일 만이다. 주문하고 1주일 만에 손에 쥔 에어팟의 간결한 경험은 그때 그대로였다. 패러링은 물론 연결 기기의 변경도 매우 간단했다. 아이폰에서 음악을 듣다 아이패드로 바꾸는 것도 쉽다. 아이패드 화면 아래를 슬쩍해 나오는 제어 센터의 두 번째 탭 오디오 출력에서 에어팟을 선택하는 식이다. 케이스 뚜껑을 열자마자 자동 페어링이 되는 것도 편하다. 아이클라우드 덕분이다. 같은 애플ID로 로그인된 맥을 포함한 애플 기기에서 에어팟의 페어링 정보가 공유된다. 일일이 하나씩 페어링 하는 보통의 블루투스 이어폰과 달리 아이폰과 페어링 된 에어팟은 애플워치, 아이패드, 아이팟 터치와는 따로 페어링 작업이 필요 없다는 뜻이다. 

에어팟이 특별한 점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에어팟은 한 쌍의 이어버드를 연결하는 케이블이 없고 그래서 케이블 중간 볼륨 조절, 전화받기, 재생 멈춤 기능의 컨트롤러도 없다. 이런 작업을 어떻게 할까. 시리와 대화하거나 가벼운 터치가 이것을 대신한다. "음량을 높여 줘" "에어팟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지?" 같은 일상적인 사용은 시리와 대화로 되고 전화가 오면 시리가 알려주기에 가볍게 에어팟을 두 번 두드리면 통화가 된다. 이중 탭은 시리를 실행할 때도 쓰이는 동작이다. 이 이중 탭은 ’재생/일시 정지’나 아예 기능을 비활성화할 수 있다.


에어팟은 케이스에서 꺼내면 순간 전원이 켜지고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귀에 꽂으면 시작음이 들리고 음악을 재생하면 소리가 흘러나온다. 만약 아이폰 스피커로 재생 중인 상태에서 귀에 꽂으면 오디오 장치는 자동으로 에어팟으로 바뀐다. 이어버드 한쪽을 귀에서 빼면 재생이 일시 정지하고 모두 제거하면 재생이 중지된다. 이것은 광학 센서와 모션 가속도 센서가 손톱만 한 이어버드 속에 집적되어 있어서다. 즉, 귀에 꽂았다 빼는 상황을 센서가 인식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한쪽을 꺼내 일시 정지 상태에서 손바닥으로 잡아 어둡게 하면 귀에 꽂았다고 착각해 노래가 재생된다.


한 쌍의 이어버드가 하나처럼 행동하는 에어팟, 하지만 한쪽만으로 기능을 하는 완전한 독립 무선 이어폰이다. 둘 중 어느 것이든 통화가 가능해서다. '설정→Bluetooth'에서 에어팟 설정 항목에 마이크가 있는데, 여기서 '자동' '항상 왼쪽' '항상 오른쪽’ 중 선택이 가능하다. 어느 한쪽에 일방적 기능 부여가 아닌 센서가 감지해 착용하고 있는 이어버드가 기능을 하도록 한 것이다.


배터리 수명은 더 사용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에어팟의 두 이어버드는 독립적인 작동을 하고 전용 W1 칩이 관리해 한 번 충전으로 5시간 연속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애플의 설명이다. 보조 배터리를 겸하는 케이스에 넣어두면 자동 충전이 되고 최대 24시간 쓸 수 있다. 급히 외출할 때도 15분 충전하면 3시간 재생이 가능하다. 에어팟과 유사한 경쟁 제품들이 완전 충전 후 2시간 정도 버티는 것을 보면 적어도 배터리 수명은 획기적이다. 라이트닝 케이블로 연결된 케이스는 에어팟과 동시에 충전이 된다. 배터리 잔량은 에어팟이 든 케이스 뚜껑을 연 상태에서 아이폰에 가까이하면 표시된다. 배터리 위젯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긴 배터리 수명과 간편한 충전은 블루투스 이어폰을 선택할 때 중요한 포인트다.


착용하고 외출할 때는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 줄을 잘라낸 이어팟처럼 보이는 에어팟을 꽂고 막상 남들 앞에 서려니 부담이 됐다. 이어팟과 비슷하지만 몸통부는 귓불에서 조금 아래로 처진다. 재질도 흰색 플라스틱으로 같다. 걱정과 달리 착용감은 괜찮았다. 머리를 과도하게 흔들어도 귀속에 얌전히 머물러 있다. 귀에 잘 밀착되므로 외부 소음이 어느 정도 차단된다.
단점도 있다. 30분 이상 착용하고 있으면 귀가 아파온다. 폼팁이 없기 때문에 더 그렇다.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이 없을 때도 매력이 반감된다. 에어팟의 흥미로운 기능들의 간결한 경험 또한 애플 기기에 연결됐을때만 가능하다. iOS 10.2, 맥OS 시에라, 워치OS 3 기기를 사용했을 때 이 모든 에어팟의 기능을 쓸 수 있다. 안드로이드폰과 연결된 에어팟은 아쉽게도 흔한 블루투스 이어폰과 다를 게 없다.

애플은 블루투스 이어폰이라는 구태의연한 카테고리 내에서 다시 한번 변화를 꾀했다. 기존에 존재한 불완전한 제품의 완성도를 극대화 시키는 것. 애플이 잘 하는 것이다. 그럼 이걸 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애플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그렇다. 대안을 찾기 힘들 정도로 획기적인 제품이다. 다만 에어팟 혼자로서는 아무런 혁신이 아니다. 애플의 혁신은 계속되고 있지만 애플이라는 생태계내에서의 혁신으로 범위가 좁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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