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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카카오페이지 개발자로 살아가기. 최선아 리더Posted Jan 5, 2017 12:40:16 PM

정보라

판교 근처 주민입니다. 책 ‘보는’ 걸 좋아합니다.
borashow@thegear.net

2016년 카카오는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을 내놨다. 카카오톡으로 인기 얻은 스타트업일 때는 승승장구할 것처럼 보였으나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 후 기대한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법이다. 이런 카카오에서 미소짓는 팀이 있으니, 카카오페이지다. 이곳에서 안드로이드 앱 개발팀 리더 최선아 씨는 안드로이드 파편화에 맞서 싸우고 있다.


최선아 리더 얘기를 시작하기 전 카카오페이지부터 소개해야겠다. 카카오페이지는 카카오의 자회사 포도트리가 운영하는 서비스로 2013년 나왔다. 당시엔 카카오톡 친구 그래프를 끌어와 ‘친구와 함께 보는 책’이란 콘셉트와 모바일 연재 플랫폼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허영만 작가가 ‘식객’ 2를 연재하여 화제를 모았으나 이후 허 작가가 강연 중 카카오페이지에 연재한 걸 ‘후회한다’는 말을 하여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이 시기는 카카오페이지의 흑역사지만 이후 만화와 웹툰, 웹소설 등을 주력 콘텐츠로 밀면서 지금은 하루 매출 3억원을 만드는 서비스가 됐다. 포도트리는 2016년 12월 1250억원의 외부 투자를 유치하여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으며,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지의 지난 해 매출이 1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최선아 리더는 포도트리의 초기 멤버이자, 카카오페이지의 안드로이드 앱 개발을 이끈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현역 프로그래머를 택하다

“보스라고 불려요” 포도트리는 사내에서 영어 이름을 사용한다. 최선아 리더는 자신의 이름 ‘선아’에서 따온 ‘써나’를 쓴다. 그의 팀원은 이 이름을 두고 그를 ‘보스’라고 부른다. 상사를 부르는 느낌보다 별명처럼 불린다. 그가 포도트리에 합류한 건 창업 2년차가 되었을 때다. 그에겐 LG전자에서 근무한 지 9년쯤 되었을 때다.

“대기업은 올라갈수록 프로그래밍을 직접 못해요. 실무보다 문서작업과 발표를 하는데 전 그런 게 안 맞아요. 프로그래밍을 계속 하고 싶었어요.”

개발에서 손을 놓고 싶지 않아 입사했지만, 그에겐 포도트리가 하려는 일과 관련한 경력이 없었다. 포도트리는 모바일 앱으로 콘텐츠를 팔 계획을 세우고, 학습만화 앱, 영어 공부 앱 등을 만들고 있었다. 최선아 리더는 LG전자에서 블루레이 개발에 참여했고, 개발 언어로 C++을 사용했다. 채용 면접에서 “와서 배우면 된다”는 말에 그는 용기를 얻었다.

입사하고 나니 낯선 것 투성이었다. 우선 회사가 참으로 작았다. LG전자는 직원 수 3만 명이 넘는 회사이고, 포도트리는 채 100명도 되지 않는 작은 회사였다. 호칭도 달랐다. 포도트리는 직급으로 부르지 않고 서로 이름을 부른다. 궁금한 게 있으면 누구든 곧바로 만날 수 있는 환경도 이전 직장과 달랐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 오니 고개를 돌리면 옆자리, 건너편에 동료가 있다. 카카오페이지의 개발 팀은 iOS와 안드로이드, 서버 팀으로 구성되었다. 각 팀별로 리더가 있고 최선아 리더는 이 세 명에 속한다. 그는 포도트리로 이직을 결심한 이유는 프로그래밍을 계속 하고 싶어서다. 지금은 리더가 됐지만 여전히 코딩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리더로서 일정 관리하고, 일을 나누고, 코딩도 해요. 포도트리는 리더도 다같이 코딩해요. 이런 게 좋아요. 제가 계속 현업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거요”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일한다는 건

현업 안드로이드 개발자로서 그의 골머리를 썩히는 문제가 하나 있다. 모든 안드로이드 개발자의 숙제인 파편화 문제다.

“안드로이드는 무엇 하나 버리기가 어려워요. 사용자에게 핸드폰을 사주고 싶을 정도예요.”

안드로이드는 버전 별로 개발할 때 고려할 사항이 다르고, 같은 버전이어도 제조사나 기기에 따라 따로이 살펴야 한다. 통신사에 따라 모델명도 달라지니 개발에서 고려하는 안드로이드 기종 수를 세자면 수백 개가 넘는다. 2017년 현재 ‘누가’라는 이름으로 안드로이드 버전이 7.* 대까지 나왔는데 카카오페이지 사용자 가운데 2010년에서 11년 사이 나온 2.*대 버전을 쓰는 사람이 있다. 여느 서비스 같으면 사용자 수가 적거나 오래된 기종은 지원을 중단하면 될 텐데 카카오페이지는 이럴 수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카카오페이지가 유료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무료로 제공하는 작품이 있으나 카카오페이지는 유료 판매를 전제로 한 서비스다. 결제한 고객인데 그 고객이 쓰는 기기의 수가 적다고 무시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소수의 기종까지 고려하려니 개발자로서, 개발팀의 리더로서 답답할 수밖에. ‘핸드폰을 사주고 싶다’고 한 말에서 그가 느낄 답답함을 짐작해 본다. 오.죽.하.면.

답답하다곤 했으나 일 얘기를 하는 내 그는 웃고 있었다. 나는 즐겁게 일한다는 사람을 부러워하면서도 이해하질 못한다. 최선아 리더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카카오페이지의 메인 콘텐츠 격인 만화를, 그는 입사 전부터 좋아했다. 그가 입사했을 때만해도 포도트리는 만화라곤 학습만화만 만들었는데 일을 하다 보니 그는 만화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이 되었다. 지금도 만화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생각하는 대로 공부하고, 취직하고, 이직하고


한 작품만 추천해달라고 하니 주저 없이 ‘왕의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를 말한다. 이 작품은 웹소설 플랫폼 ‘조아라’에 연재되었는데 카카오페이지에서 웹툰으로 재탄생했다. 카카오가 북미 지역에 서비스 중인 북미판 카카오페이지인 ‘타파스’에 포도트리가 처음으로 공급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별 뜻 없이 고른 듯하나 그는 카카오페이지에 여러모로 상징적인 작품을 콕 집었다.

왕의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웹툰 : 왕의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

‘프로그래밍을 계속 하고 싶어서’ 이직했고, 만화책을 좋아하는데 만화책 서비스 개발을 맡고 있고, 재미있는 만화를 물어보니 지체없이 서비스에 의미 있는 작품을 짚어내는 그는 전략적으로, 계획대로 사는 성격인걸까.

“먼 미래에 대한 걱정을 안 해요. 대학교에서 물리와 천문우주를 이중 전공했는데 우주 사진을 찍어 분석하는 걸 코딩으로 해요. 점이 모여서 사진이 되는데 이런 일을 좋아했고, 졸업할 때 즈음 취직은 아닌 것 같았고 순수 과학은 평생 공부만 할 것 같아서 전산을 전공으로 대학원엘 갔죠.”

대학원 졸업할 때즈음엔 엘지트윈스 팬이어서 LG전자에게 입사 원서를 냈다. 취업하고 나선 일이 재미있었다, 라는 얘기다.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할 수 있단 건 거짓말 같았’다는 노래가 있으나 그에겐 해당하지 않는 얘기다.

경력을 쌓아온 과정을 들으면 무던할 것 같지만, 일할 땐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정리하고 진행하는 스타일이란다. 안드로이드 개발자로서 필요충분조건 같은 덕목이랄까. 그는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고, 결정하고 나선 후회하는 성격”라고 말했다. 생각하는 대로 이뤄온 것만 같은 그에게도 나와 비슷한 면이 있단 걸 발견할 수 있었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