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으로 이동하기

[인터뷰] 유튜브에서 2억번 튼 동요 '상어가족' 탄생기Posted Jan 13, 2017 12:33:00 PM

정보라

판교 근처 주민입니다. 책 ‘보는’ 걸 좋아합니다.
borashow@thegear.net

어릴 때 떠올리는 직업군은 두루뭉술하고 제한적이다. 대통령, 과학자, 연예인, 작가, 사업가 ...... 구체적이지가 않다. 과학자만 해도 물리학, 화학, 생물학, 천문학 등이 있고 여기에서 더 세분화하면 수십, 수백가지로 나뉜다. 작가도 라디오 작가, 시나리오 작가, 시인, 소설가, 작사가, 블로거 글을 게재하는 매체, 글의 주제에 따라 다양하게 불린다. 그렇지만 음악가를 꿈꾸던 아이가 자라 월급쟁이 직장인이 되어도 그 끼가 사라지지 않듯, 막연하던 장래희망은 어떤 형태로든 미래의 나에게 다가오지 않을까.

스마트스터디의 콘텐츠 팀에서 일하는 정유진 씨. 고등학교에 다닐 땐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다. 피아노 독주회 포스터를 보면 짐작하겠지만, 피아니스트는 한껏 차려 입고 무대에서 곡을 연주한다. 하필이면 정유진 씨는 무대체질이 아니었다. 무대 울렁증이 있었다. 음악을 전공하려던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음악 대신 유아교육으로 전공을 바꿨다. 음악가의 삶과 멀어지는 듯했으나 그는 스마트스터디의 최대 히트 동요 ‘상어가족’ 제작에 참여했다.


상어가족의 영어 제목은 ‘baby shark’인데 2015년 11월 유튜브에 업로드된 이후 영어와 한국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여러 언어를 합해 2억 번 넘게 재생됐다.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 조회수 2억회를 넘었을 때 화제가 됐던 걸 떠올리면 어마한 수치다. (지금은 27억회가 넘는다) 이는 영어와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버전 등 여러 버전을 모두 더해서 셌다. 네이버의 유아동 서비스 쥬니버에서는 업로드 반 년만에 1천만 회 재생됐다.

상어가족을 조회수로 소개하려니 영 맛이 안 난다. 이 노래는 들어봐야 그 진가를 안다. 동요답지 않게 사람들 사이에서 댄스 영상이 제작될 만큼 매력이 있다. 가사 대부분은 ‘뚜 루루 뚜루’라는 후렴구로 구성되었는데 아이부터 고등학생, 어른에게도 인기가 있다. 인기도는 유튜브에서 ‘상어가족 댄스’를 검색하면 확인할 수 있다.

상어가족은 곰 세마리보다 노랫말이 단순하다. 아기부터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가족 일원을 언급하고, 상어가 등장해 혼란스러운 바닷속 풍경을 묘사한다.

‘아기 상어 뚜 루루 뚜루
귀여운 뚜 루루 뚜루
바닷속 뚜루루 뚜루
아기 상어’

“팀에서 음원 콘텐츠 기획을 맡고 있어요. 작사와 작곡에 관여하고, 장르에 대해 의견을 내죠. 이 부분에선 어떤 악기가 등장하고, 소리를 키우면 좋겠다거나, 보컬 목소리는 어떻게 들리면 좋겠다, 또는 동요 속 의성어나 대사는 어느 성우가 맡아야 한다와 같은 내용이요.”

정유진 씨가 속한 팀은 대외적으로 콘텐츠 팀이라고 밝히는데 사내에서는 ‘쩐빵’이라고 부른다. 콘텐츠 기획과 개발을 한다. 상어가족은, 상어를 주제로 한 동요를 만들자는 아이디어에서부터 작곡과 작사, 녹음, 애니메이션 제작을 이 팀에서 해냈다. 이렇게 설명하니 아주 간단하게 느껴지는데 아이돌을 데뷔시키는 연예 기획사처럼 일하는 조직이다. 곡 콘셉트에 맞는 악기와 연주 기법을 결정하고, 계절에 맞춰 할로윈과 크리스마스 버전을 제작하고, 율동도 직접 개발한다. 이 팀이 회의할 때에는 팀원이 일어나 춤을 추고, 핸드폰을 들고 노래를 부른다는 목격담이 있다. 정유진 씨도 그랬다.

“전 작곡을 전공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멜로디가 떠오르면 작곡가에게 불러드리면서 작업했죠.”

정유진 씨는 피아니스트라는 꿈을 못이룬 한을 풀려 스마트스터디에 입사한 걸까. 그건 아니라며 이렇게 해석하는 걸 말렸다. 아동 가족을 공부하면서 전공과 관련한 실습을 하려고 삼성출판사에서 잠깐 일했고, 이 인연으로 이 출판사에 취업했다. 같은 건물에 있는 스마트스터디에서 음악과 관련된 일할 사람을 찾는단 말에 이직했다. 삼성출판사에서 동요 CD북 제작에 참여한 일도 음악에 대한 아쉬움을 키웠다.

상어가족은 정유진 씨가 제작에 참여한 여러 노래 중 하나다. 주제나 프로젝트마다 담당자가 매번 바뀌는데 정유진 씨는 동물 노래를 맡았다. 상어, 사자, 공룡, 돼지 ... 등이 주인공이었다. 모든 노래를 상어가족만큼 공들여 제작했다. 홀로 작업한 것은 아니고 이 주제의 노래 제작 과정에서만큼은 그가 리더였다. 콘텐츠 팀은 이렇게 작업마다 리더가 다르다.

“어떤 곡이 사랑받을지 모르잖아요. 가수랑 비슷한 것 같아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이런 주제, 저런 주제... 다양한 걸 시도하다가 콘텐츠 제작 시작하고 2년 만에 상어가족이 인기를 얻으면서 ‘대중이 원하는 게 이런 것이구나’를 알게됐어요.”

동요지만 제작 과정은 꽤 복잡하다. 노래를 만들 때 유튜브 업로드를 염두한다. 가수로 따지면, 무대 콘셉트와 작곡, 작사를 동시에 하는 것에 견줄 수 있겠다. 노랫말은 영어로 먼저 쓴다. 그 다음에 한국어와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로 쓴다. 한국어로 만든 다음 번안하는 것보다 이 편이 수월하다.

녹음은 해당 언어의 원어민에게 맡긴다. 스페인어 버전은 미국 마이애미에 거주하는 스페인계 사람에게, 중국어 버전은 상하이 어린이 합창단에게 맡겼다. 녹음한 파일은 한국으로 가져와 믹싱한다. 영상과 음악은 다양한 버전으로 만든다. 인형 버전, 율동 버전, 주인공에게 공룡 탈을 씌운 버전, EDM 버전, 1.5배속 버전 등 다양하다.

동요 제작을 연예 기획사처럼 하다 보니 제작팀은 아이디어가 샘솟듯 솟구쳐야 한다. 그런데 그 샘이 마르면? 정유진 씨가 경계하는 부분이다.

“제겐 곳간이 있어요. 콘텐츠를 만들 때마다 냉장고에서 요리재료 꺼내듯 이곳에서 알맞은 걸 찾아요. 꺼내기만 하면 언젠간 고갈되기 때문에 채우려고 노력하죠. 전시회, 뮤지컬 감상도 하고, 음악은 가리지 않고 듣고요. 동요보다 팝이나 새로운 시도하는 뮤지션의 음악을 들으며 동요와 접목하는 방법을 연구해요.”

그래서인지 0~5세를 타깃으로 만든 노래인데 상어가족은 청소년층에서도 반응이 왔다. 어느 고등학교 축제에는 상어가족 노래에 맞춘 군무가 무대에 올랐다. 기획사 소속의 페이스북 유명인은 상어가족 율동을 창작해 음악에 맞춰 추는 모습을 업로드했다.

정유진 씨는 ‘못다 이룬 꿈을 뒤늦게 이루다’와 같은 식의 해석을 경계했다. 이보다는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영향을 주고, 오늘의 나는 미래의 나를 만든다는, 평범한 말을 정유진 씨 덕분에 되새겼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대충을 보낸 나에게 올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편집자 주: 상어가족 노래의 저작권과 유래에 관하여 밝힙니다. 상어 가족을 주제로 한 노래는 전래동요처럼 지역과 나라마다 각기 다른 노랫말, 멜로디로 전해져왔고, 스마트스터디는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앞부분과 자체 멜로디를 삽입하여 새로운 버전을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