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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의 시대는 오지 않는다. AR헤드셋 '메타2'Posted Feb 9, 2017 5:12:25 PM

정보라

판교 근처 주민입니다. 책 ‘보는’ 걸 좋아합니다.
borashow@thegear.net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헤드셋을 쓴 사람을 본 적이 있나. 한치 앞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손을 휘적휘적 거린다.  VR 헤드셋을 쓰면 나도 모르는 새 구경거리가 되는 걸 감수해야 한다. 디지털로 구현한 3차원 콘텐츠를 입체적으로 볼 방법이 VR 헤드셋뿐이라면 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걱정 마시라. 증강현실(Augment Reality, AR) 헤드셋이 있다.

캐드 소프트웨어인 솔리드웍스의 사용자 행사인 솔리드웍스 월드 2017에서 AR 헤드셋을 체험할 기회를 얻었다. 올 1월 선댄스 영화제 VR부문 행사에서 첫 선을 보인 '메타2'다.

AR 헤드셋 '메타2'는 VR 헤드셋과 꼭 닮았다. VR 헤드셋의 특징인 앞으로 톡 튀어나온 헤드는 그대로 가져왔지만, 안대처럼 꽉 막히지 않고 안경처럼 투명한 렌즈가 있는 게 다르다. 제품 양산 단계가 아닌 개발자 버전을 보급하는 단계인데도 가죽 소재를 덧대어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한 것 또한 특징이다.

메타2를 쓰면 머리가 약간 무거워졌다는 것 외엔 맨 눈으로 앞을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윈도우 컴퓨터와 연결한 후 세팅을 마치면, 뭔가가 홀로그램처럼 나타난다. 나타나는 게 뭔지는 재생하는 콘텐츠에 따라 다르다.

내가 체험한 메타2 시연용 콘텐츠는 인간의 뇌였다. 대뇌, 소뇌, 간뇌 등 뇌를 구성하는 요소가 둥둥 떠다니며 장난감을 조립하듯 서로 맞물린다. 고개를 요리조리 돌리면 뇌를 앞뒤좌우에서 볼 수 있고, 뇌가 움직일 때 일어나는 전기 작용은 내가 뇌에 들어간 듯 눈 앞에 펼쳐진다.

(내가 체험한 것과 같은 콘텐츠다)

VR 헤드셋을 쓰면 게임을 하고, 현실과 전혀 다른 세계에 들어간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AR 헤드셋은 VR 헤드셋이 주는 전혀 다른 세계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내진 않는다. 행사장에서 시연하는 걸 쓰면, 주위의 부산스러움을 고스란히 보면서 체험하게 된다. 그렇지만 헤드셋을 쓴 사람이 클릭하여 원하는 작업 또는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은 같다.

메타2는 고글처럼 생겼다. VR헤드셋과 달리 앞이 보인다.[메타2는 고글처럼 생겼다. VR헤드셋과 달리 앞이 보인다.]메타2를 착용하면 눈 앞에 있는 공간 앞에 AR 콘텐츠가 떠다닌다. 위 사진속 TV 화면은 착용자 눈앞의 상황이다.[메타2를 착용하면 눈 앞에 있는 공간 앞에 AR 콘텐츠가 떠다닌다. 위 사진속 TV 화면은 착용자 눈앞의 상황이다.]

메타2는 암막 커튼을 내린 듯 현실과 차단한 환경에 굳이 들어가야 하느냐는 의문에서 출발한 제품이다. 솔리드웍스의 대표 장 파올로 바씨는 캐드 작업물을 3D로 렌더링하여 AR로 검토하는 것에 상당히 긍정적인데 “현실을 가상으로 대체하기보다 증강해야 한다”며 메타2를 지지한다.

지지하는 데서 나아가 투자한 회사도 있다. 돌비, 레노버, 텐센트, 레노버 등이 투자 전문 회사와 함께 메타2 제조 회사에 투자했다. 투자금을 모두 더하면 7천3백만 달러, 한화로 약 837억 원이다.

메타2는 겉모습은 HTC 바이브나 오큘러스의 VR헤드셋과 비슷하지만, 콘트롤러가 없는 게 차이점이다. 그 대신 사용자의 맨손을 빌린다. VR헤드셋보다 직관적이다. VR헤드셋의 컨트롤러가 PC의 마우스라면, AR헤드셋 메타2는 마우스를 없앤 태블릿PC랄까.

맨손으로 쓰기, 이것이 메타2의 미션이 되는 기술이다. 헤드의 전면부에 있는 카메라 렌즈로 사용자의 움직임을 계산하고 추적한다. 3차원 입체 공간에서 특정 위치에 손을 뻗고, 손으로 뭔가를 집어 끌어오고 미는 걸 정교하게 계산하는 게 미션이다. 언급한 동작 외에 좌우 스크롤(이라기보다 돌리기에 가까운)도 가능하다고 설명하였으나, 시연용 콘텐츠엔 터치하기 기능만 있어 정확도를 가늠할 수 없었다. 메타2에는 VR헤드셋을 쓸 때 필요한 별도의 외부 센서가 없는 대신 실 사용 전 헤드셋 전면부 카메라로 주위를 스캔하는 단계를 밟아야 작동한다.

메타2가 보여주는 콘텐츠는 해상도가 2550x1440이다. 귀 근처에 작은 스피커 4개가 있는데 주위가 시끄러워도 집중해 들을 수 있도록 한다. 메타2를 사용하려면 컴퓨터 OS가 윈도우 8.1 64비트 이후 버전이어야 한다. 그래픽은 엔비디아 GTX 960 또는 AMD R9 280, CPU는 인텔 코어 i7, 메모리는 8GB 이상, 64비트 유니티 5.3 이상이어야 무리 없이 쓸 수 있다.

이 제품은 온라인으로 판매하며 배송지 목록에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호주, 뉴질랜드, 홍콩, 일본, 싱가포르, 대만, 한국 등을 포함했다.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위한 개발 도구는 공개된 상태다. 가격은 949 달러다.

(솔리드웍스 월드 2017에서 메타2 시연을 진행하던 라이언. 언박싱 영상도 찍었다.)

메타는 AR 헤드셋과 함께 쓸 콘텐츠를 공유하는 사이트를 올 하반기 공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