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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시그니처 시리즈 헤드폰 MDR-Z1R 리뷰Posted Mar 7, 2017 11:30:56 AM

김정철

더기어 기자입니다. 모두가 쓸 수 있는 리뷰가 아닌 나만이 쓸 수 있는 리뷰를 쓰고 싶습니다.
jc@thegear.co.kr

소니가 플래그쉽 오디오 라인인 '시그니처'시리즈를 발매했다. 헤드폰(MDR-Z1R), 워크맨(NW-WM1Z), 헤드폰 앰프(TA-ZH1ES)의 3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헤드폰 MDR-Z1R(이하 Z1R)을 리뷰했다. 이 헤드폰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1989년 발매한 MDR-R10이 보인다. 30여년의 DNA가 이 헤드폰에 새겨져 있다. 


디자인

케이스에서 Z1R을 꺼냈을 때, 흠칫 놀랄 수 밖에 없다. 엄청난 크기의 드라이버 유닛을 사용한 거대한 헤드폰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머리 크기로는 어디서 빠지지 않는 나도 강적을 만난 느낌이었다. Z1R은 70mm HD드라이버를 사용했다. 소니는 2011년 세계 최대 크기인 70mm 드라이버를 탑재한 MDR-XB1000을 발표한 이후로 플래그쉽 헤드폰에 70mm 유닛을 자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드라이버가 크다고 해서 음질이 좋은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소니는 기존 70mm 드라이버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마그네슘 돔과 액정 폴리머 엣지가 탑재된 새로운 유닛을 개발했다. 덕분에 대역폭이 엄청나게 넓다. Z1R이 재생하는 주파수 대역은 4Hz~120,000Hz다. 인간의 가청주파수 대역인 20Hz~20,000Hz를 위, 아래로 훌쩍 뛰어넘는다. 그럼 이건 그냥 오버엔지니어링의 산물일 뿐인가? 그런데, 인간의 오감은 참 요상해서 가청주파수 대역을 넘어서는 음악을 들으면 '현장감'이 확실히 생긴다. 음질에 대해서는 뒤에 다시 얘기하고 하우징 얘기를 더 해보자.

Z1R은 기본적으로 밀폐형 헤드폰이다. 하지만 소니는 밀폐형 헤드폰과 오픈형 헤드폰의 장점을 모두 취했다고 주장한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먼저 간단하게 밀폐형, 오픈형 헤드폰 얘기를 하는 게 순서일 것 같다. 밀폐형의 장점은 차음성이다. 외부의 소음이 차단되어 좀 더 정숙한 환경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대신 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면 공명이 생겨 음의 간섭현상이 생겨나고 드라이버가 움직이며 발생하는 진동이 음질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오픈형의 장점은 자연스러움이다. 유닛이 외부의 공기와 맞닿게 설계되어 외부의 소음과 같이 음악이 들린다. 따라서 소음이 있고, 음이 풀어지게 들릴 수도 있지만 대신 실제 현장에서 듣는 듯한 현장감이 좋다. 자연히 음장감이 좋고 음색도 맑다.

욕심쟁이 소니는 밀폐형과 오픈형의 장점을 모두 가져오려고 특수한 설계를 했다고 한다. 고심 끝에 개발한 것이 헤드폰 하우징 외벽을 감싼 '어쿠스틱' 필터다. 이 어쿠스틱 필터는 캐나다 침엽수를 죄책감도 없이 베어 만든 필터로 일종의 핸드드립용 필터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이 필터는 공기는 미세하게 통과시키면서도 드라이버가 움직이는 잔향이나 진동을 흡수해서 정확한 음을 재생한다. 어차피 오디오가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그 때서부터는 진동과의 싸움이다.


착용감

착용감은 어떨까? 무게는 385g 정도로 가볍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청나게 무겁지는 않다. 헤드밴드는 티타늄 재질을 사용했다. 탄력성이 있으면서도 가볍고 녹이 슬지 않는다. 이를 소가죽으로 잘 감쌌다. 일본의 타이요 공업사가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제작한 제품답게 마감이나 완성도가 수준급이다.

이어패드는 죄책감도 없이 양가죽을 벗겨내어 둘렀다. 덕분에 상당히 부드럽고 쿠션도 좋다. 귀에 완전히 밀착되므로 외부 소음 유입을 최소화한다. 오래 쓰고 있어도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착용감에 있어서는 불만을 찾을 수 없다. 다만 크기가 크다 보니 외부에 가지고 다니며 듣다보면 좋은 구경거리가 될 수 있다. 

또, 드라이버가 워낙 크다 보니 착용시 위치를 바꾸면 음색이 상당히 많이 바뀐다. 따라서 자신의 머리와 귀 위치에 따라 최적의 음질을 찾도록 다양한 각도로 써 보는 게 좋다.


음질

청음은 소니의 워크맨(NW-WM1Z), 아스텔앤컨의 AK380으로 주로 들었다. 임피던스는 64옴으로 NW-WM1Z와는 아주 매칭이 좋고, AK380은 약간 힘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스마트폰으로 들으면 아무래도 힘이 부족할 수 있다. 케이블은 소니사의 MUC-B20SB1 무산소 동선을 사용했다.

소니의 음질 성향은 밸런스가 좋은 대신에 재미가 없는 모범생적인 음색이거나 저역쪽을 강조한 성향인 경우가 많다. 기존 소니헤드폰 중에는 MDR-Z7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MDR-Z7은 저역쪽이 강조됐었는데, Z1R은 고역쪽의 대역폭이 넓어지고, 밀폐형에서 반오픈형 형태를 띄면서 고역쪽이 훨씬 매력적으로 바뀌었다. 풍성하고 깊은 저역과 쭉 뻗어가고 시원한 고역을 가졌다. 따라서 밸런스도 상당히 좋아졌다. 어디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음악의 맛을 잘 살려준다.
밀폐형과 오픈형의 장점을 모두 가져왔다는 소니의 주장대로 음장감도 상당히 넓고 개방감도 나쁘지 않다. 물론 고급 오픈형 헤드폰 특유의 개방감에는 미치지 않는다. 대신 정숙하고 깨끗한 배경이 있으니 일장일단이 있다.

Z1R은 어떤 음악에 가장 강할까? 사실 어떤 음악에도 부족함이 없이 재생하지만 특히 대편성 클래식에 강점을 보인다. 대역폭이 넓고, 넓은 음장감을 가져서 악기 하나하나를 즐길 수 있다. 바이올린이나 첼로, 기타 같은 현음악도 상당히 좋다. 현의 질감을 잘 표현해 준다.


결론

Z1R은 지난해 말에 발매했지만 실제로 그 DNA를 따라가면 1989년 발매한 MDR-R10부터 시작된다. 당시 400만원에 가까운 가격에 출시됐던 이 헤드폰은 당시 소니가 가진 모든 음향기술을 망라했던 헤드폰이다. 이 헤드폰은 15년이 흐른 후에 2004년 퀄리아 010으로 이어졌고, 다시 13년 후인 Z1R로 탄생했다고 보면 된다. 소니의 이 헤드폰들은 모두 고유 시리얼 넘버가 새겨지는 공통점이 있다. Z1R 역시 제품마다 시리얼 넘버가 새겨져 있다.

Z1R은 소니의 음향기술이 총망라한 역작이다. 음질적으로 흠잡을 곳이 없으며, 착용감이나 마감 수준도 프리미엄 브랜드답다. 특히 같은 소니 시그니처 시리즈와 매칭하면 엄청난 음질을 경험하게 해준다. 단점은 뭘까? 비판거리를 못 찾으면 불안장애에 시달리는 나에게 가격표가 눈에 들어왔다. 249만 9천원이다. 그럼 그렇지. 마음이 편안해 졌다.


장점
- 넓은 재생대역
- 편안한 착용감
- 마무리 품질
- 클래식에 강한 음질


단점
- 가격
- 외부에서 사용하기 힘든 크기
- 새로운 규격의 4.4파이 밸런스드 규격
- 외부 하우징이 찌그러질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