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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팟 나노, 12년 간의 혁신과 영광의 역사Posted Jul 28, 2017 2:31:12 PM

김정철

더기어 기자입니다. 모두가 쓸 수 있는 리뷰가 아닌 나만이 쓸 수 있는 리뷰를 쓰고 싶습니다.
jc@thegear.co.kr

애플의 본격적인 부활을 가져왔던 아이팟 나노가 2005년 발매된 후 12년만인 지난 27일(현지 시간) 애플 스토어에서 사라졌다. 먼 훗날 인류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MP3 플레이어라는 제품군을 박물관에서나 볼 날이 올 것이다. 더기어의 부고 전문 기자인 나는 오늘, 슬픈 마음으로 아이팟 나노의 생애를 되짚어 봤다. 참고로 애플은 아이팟 나노와 함께 아이팟 셔플도 단종시켰다. 이제 남은 아이팟 시리즈는 아이팟 터치 한 종류 뿐이다.


1세대

2005년까지 아이팟은 꽤 인기를 끌었지만 HDD 스토리지를 사용해서 두껍고 무거웠다. 그런데, 2004년 출시한 아이팟 미니가 1인치 HDD를 쓰며 물리적 크기를 줄이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애플은 대용량 스토리지를 고집했기 때문에 128MB나 256MB 남짓한 플래시 메모리의 사용을 주저했다. 2005년에 이르러 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자 아이팟 셔플에 첫 번째 플래시 메모리를 적용한다. 그리고 2005년 9월, 애플은 4GB 용량의 아이팟 나노를 출시한다. 스티브잡스는 2005년 아이팟 나노를 출시하며 청바지 보조주머니에서 아이팟 나노를 꺼내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리고 아이팟 나노는 그대로 전설이 됐다.

아이팟 나노가 인기를 끈 이유는 얇고 가벼운 디자인과 대용량, 그리고 저렴한 가격 덕분이었다. 아이팟 나노는 6.9mm의 얇은 두께와 42g의 무게에 불과했지만 4GB의 용량으로 1,000곡의 음악을 담을 수 있었다. 경쟁사의 플래시 MP3플레이어들은 512MB나 1GB 용량이 고작이던 시절이었다. 애플은 당시 삼성반도체가 1년에 생산하는 플래시 메모리 절반 가까이를 모두 독점하다시피 구입해서 저렴한 가격에 플래시 메모리를 확보했고, 1GB 제품은 $149, 2GB는 $199, 4GB는 $249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아이팟 나노를 출시했다. 아이팟 나노의 출시로 인해 플래시메모리 MP3 플레이어를 주로 생산하던 한국의 아이리버, 코원, 삼성 옙 등은 큰 타격을 받았고 애플은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절대 독점 시장을 구축했다.


2세대

1세대 아이팟 나노는 심미적으로는 완벽했지만 후면의 스테인리스 재질이 흠집에 약했고, 전면부의 스크린도 흠집이 너무 잘 나서 소송까지 걸리기도 했다. 2006년 9월 출시한 2세대는 흠집에 강한 재질로 디자인만 변화를 준 모델에 가깝다. 2세대 아이팟 나노는 산화피막 알루미늄으로 재질을 만들어 흠집에 강했다. 옆면은 라운딩처리해서 1세대에 비해 부드러운 디자인이 특징이었다. 두께는 1세대에 비해 더 얇아진 6.2mm였고, 무게도 36.8g으로 더 가벼워졌다.  


3세대

2007년 9월 출시됐다. 긴 막대 모양이던 아이팟이 짜리몽땅해졌다. 소비자들 중에는 3세대 디자인을 최고의 디자인으로 꼽기도 한다. 사실 내가 그렇다. 그 중에서도 빨간색 3세대는 최고로 아름다웠다. 3세대 아이팟이 급격한 변화를 맞은 이유는 동영상 재생 때문이다. 기존 아이팟 나노가 1.5인치 디스플레이를 제공했는데 아이팟 나노 3세대는 비디오 재생을 지원해서 디스플레이 크기를 2인치로 키워야 했다. 그런데, 가로 사이즈가 커지며 아이팟 나노라는 이름이 무색해졌다. 그러자 조너선 아이브는 아랫부분을 과감히 없애 버렸다. 3세대 모델의 기능상 특징은 커버 플로우가 적용됐고, 최대 용량은 8GB까지 늘어났다. 배터리도 24시간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2007년은 아이폰이 최초로 등장했고, 아이팟 터치도 등장한 해다. MP3 플레이어의 종말을 알리는 서곡이 시작됐다. 


4세대

2008년 9월에 출시됐다. 다시 2세대와 비슷한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2인치 디스플레이 크기를 유지하되 세로 길이를 늘리며 2세대와 거의 비슷한 크기로 회귀했다. 전체 디자인을 유선형으로 디자인하며 모서리를 더 얇게 느껴지도록 했고 자이로 센서를 달아 세로모드나 가로모드로 화면을 돌릴 수 있었다. 음악 재생외에는 다른 기능이 전무했던 전모델들과는 달리 마이크를 달아 음성 녹음이 가능해졌다. 또, 최대 용량은 16GB까지 늘어났다. 아이팟 시리즈의 마지막 전성기 시절로 애플은 2008년에만 아이팟을 5,480만대나 팔아치웠다. 그러나 이 해에 아이폰 3G가 출시되며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고, 스마트폰과 중복된 기능을 가지고 있던 MP3 플레이어, 전자사전, 휴대용 게임기, 동영상 플레이어 등이 사양길을 걷기 시작한다.


5세대

2009년 9월 출시됐다. 드디어 카메라까지 달았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카메라를 달았지만 사진을 찍을 수는 없고 비디오 녹화만 가능했다는 점이다. 사진 품질이 애플의 기준에 못 미쳤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아이팟 나노의 이런 변화는 본격적으로 생존을 고민할 시기가 왔다는 얘기다. 생존을 위해 아이팟에 금기시됐던 FM라디오 기능과 나이키+, 만보계까지 지원하며 절박한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가격도 16GB모델이 $179로 내려오며 자존심을 버렸다. 기존 아이팟 나노의 가장 비싼 모델은 항상 $199나 $249를 유지했다.  


6세대

2010년 9월 출시됐다. 아이팟 나노 역사상 디자인 변화가 가장 큰 모델이었다. 아이팟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던 클릭휠 인터페이스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클릭휠 인터페이스는 애플의 부사장이었던 '필 쉴러'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인터페이스다. 많은 플레이리스트에서 원하는 곡을 빠르게 찾기 좋은 인터페이스였지만 터치스크린이 나오면서 구세대의 유물이 됐다. 

6세대 아이팟 나노는 불필요한 대부분의 공간을 없애버리고 1.54인치의 정사각형 터치 스크린 하나만 남겼다. 아이팟 나노 최초로 멀티터치를 지원하여 아이팟 터치의 장점을 흡수했다. FM라디오와 나이키+ 등의 피트니스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되 비디오 재생이나 카메라 등은 없애 버렸다. 스트랩을 달면 시계처럼 팔에 찰 수 있었으므로 애플워치의 시초격이 됐다. 16GB모델을 $149에 팔며 사실상 애플이 내놓는 액세서리 수준까지 가격을 인하했다. 


7세대

매해 새 디자인을 발표하던 원칙이 깨졌다. 2011년은 건너뛰고 2012년 9월 아이팟 나노7세대가 발표됐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별로 개의치 않았을 정도로 관심에서 멀어졌다. 가로사이즈는 6세대와 거의 유사하지만 디스플레이가 2.5인치로 길어지며 아이팟 나노의 느낌보다는 '미니' 아이팟 터치에 가까워졌다. 6세대까지 희미하게 남아 있던 아이팟 나노의 아이덴티티는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아이팟 나노 최초로 블루투스를 탑재했고 카메라를 제외한 잡다한 기능을 모두 지원했다. 7세대 이후로 더 이상의 업데이트는 없으며 2014년 아이팟 클래식이 단종된 후에 2015년 몇 가지 색상만 바뀌는 수준의 마이너 업데이트가 있었다. 그리고 지난 2017년 7월 27일 공식적으로 단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