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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기술의 비밀] 애플의 3D 터치Posted Sep 22, 2015 4:21:19 PM

이상우

읽을 가치가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aspen@thegear.co.kr



애플은 이번 아이폰 6S의 핵심 기술로 '3D 터치'를 내세웠다. 손의 압력에 따라 다른 기능을 보여주는 기술인데, 실제로 3차원 방향을 인식하면서, 3가지 압력을 구분한다. 그래서 '3D 터치'다. 언제나 그랬듯이 애플은 이름을 쉽고 정확하게 잘 짓는다. 다만 3D 터치는 아이폰에 처음 적용된 기술은 아니다. 3D 터치는 애플워치에 먼저 탑재한 ‘포스 터치’의 또 다른 이름이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햅틱 기술을 한층 발전시켰다. 햅틱 기술은 사용자의 조작에 따라 반응하는 기술로 그 옛날 삼성의 '옴니아'폰도 햅틱 기술을 적용했던 유명한 폰이다. 

 

탭, 픽, 팝의 3가지 기능을 구분한다. 


우선 사용자 관점에서 3D 터치를 살펴보자. 3D 터치는 손가락과 디스플레이 사이 상호 작용에 새로운 명령 두 개를 더한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터치의 깊이, 그러니까 누름의 정도를 감지하고, 그에 따라 기본 제스처 탭 외에 ‘픽(Peek)’ ‘팝(Pop)’이라는 새로운 기능이 동작한다.
 




이를테면 사용자가

1. 메시지 앱을 실행한다. (탭)
2. 맛집 위치나 달력에 적힌 회의 시간을 살짝 누르면, 맛집 홈페이지 혹은 위치가 살짝 보이고 백그라운드는 반투명 처리되어 보여준다. (픽)
3. 길게 누르면 보고 있던 내용이 전체 화면으로 채워진다. (팝)

손가락을 떼면 원래대로 돌아간다. 말로 표현하면 어렵다. 아래 영상을 보면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을 테다.
 



OS 기본 앱은 물론 여타 앱도 3D 터치 활용이 가능하다. 애플은 데모에서 인스타그램 앱으로 시연했다. 사진을 살짝 눌러 미리 보다가 좀 더 세게 눌렸더니 게시물 전체가 나타났다.
해당 동작을 실행할 때마다 작은 진동이 있고, 사용자는 그 감각을 익혀야 하는 통과의례가 있다. 
하드웨어 설계도 복잡하다. 조너선 아이브는 이렇게 말한다.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백라이트에 통합된 정전식 터치 센서들이 3D 터치의 핵심”이라면서 “이 센서들을 누를 때마다 커버 유리와 백라이트 사이 거리의 ‘미세한 간격 차이를 측정’한다.”
아래 그림을 보자. 


▲ 디스플레이 백라이트 뒷면에 통합된 정전식 터치 센서가 커버 유리와 백라이트 사이의 미세한 간격 차이를 측정한다. 
 

위 그림에서 보다시피 손에 누르는 압력에 따라 측정된 값이 가속도계 신호와 합쳐져 누르는 압력에 대해 반응하게 된다. 즉, 3D 터치는 우리가 화면을 세게 누르고 있는지 살짝 누르고 있는지 혹은 가벼운 탭 정도인지의 여부를 화면 왜곡의 정도로 식별하는 셈이다. 


 

포스 터치와 3D 터치


3D 터치는 포스 터치에서 시작됐다. 따라서 포스 터치를 알면 3D 터치도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포스터치는 애플이 맥북과 애플워치에 먼저 적용했다. 쉽게 말하면 정전식 터치와 햅틱 기능이 융합된 기술이다. 요컨대 기존 터치 센서 기능에 부가적으로 사용자 손가락의 압력을 감지하는 촉각 피드백을 통한 새로운 기능을 제공한다. 즉, x, y 축으로 구성된 2차원 위치 정보만 필요한 기존 정전식 터치 센서와 달리 포스 터치는 누르는 힘의 방향인 z 축 정보를 추가로 인식할 수 있는 3차원 인터페이스다. 
 

▲ 맥북 12인치에 적용된 포스 터치. 3D 터치처럼 정전식 센서와 햅틱으로 구성된다. 



애플이 포스 터치에 이어 3D 터치를 내놓은 배경은 입력 기능을 단순화하여 정보의 접근 속도를 높이면서 애플워치, 아이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 발생하는 공간 제약 문제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애플의 최고 디자인 경영자인 '조너선 아이브'는 3D 터치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애플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은 스마트폰 기능이 많아지면서 홈 화면으로 돌아가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앱과 사진 속에서 원하는 것을 찾기가 힘들다. 이런 과정을 좀 더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 3D 터치처럼 사용자의 미세한 손가락 압력을 인식해 메일에 링크된 URL을 팝업으로 보여주는 맥북 포스 터치. 


이미 맥북을 쓰던 사람들은 느꼈지만 포스 터치 지원 맥북은 매우 편리하다. 웹 서핑 중 모르는 단어가 있을 때 트랙패드를 길게 누르면 팝업이 뜨면서 단어 정의를 보여준다거나, 메시지 앱에 전송된 주소를 길게 누르면 지도 팝업이 뜨면서 대략적인 위치를 알려주는 식이다.
애플워치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메일 본문 내용에 나온 날짜 및 시간을 길게 누르면 캘린더가 실행되고 이벤트를 생성할 수 있다. 겨우 1.32인치 화면으로 다양한 기능을 실행하려면 포스터치가 가장 효과적일 수 밖에 없다. 
 

 

정전식 센서+탭틱 엔진의 조합


잠깐 포스터치 얘기를 더 해 보자. 포스 터치를 지원하는 트랙패드는 다이빙 보드 대신 포스 센서(Force Sensor)와 탭틱 엔진(Taptic Engine)으로 구성된다. 누르는 손가락 압력의 정도를 포스 센서가 인식하고 이 신호를 탭틱 엔진에 전달하여 최종적으로 사용자의 촉각으로 표현된다. 포스 센서는 트랙패드 구조에서 ‘I’ 모양으로 가로로 배치되어 있다.
한편, 애플워치 포스 터치 구조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애플 홈페이지의 ‘플렉서블 레티나 디스플레이 주변에 부착된 작은 전극들을 통해 가벼운 탭과 꾹 누르는 힘을 구별해내는 포스 터치 기능’이라는 설명으로 미뤄볼 때 아이폰6S 시리즈처럼 레티나 디스플레이 뒷면에 정전 용량 센서가 더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 레티나 디스플레이 백라이트 아래 정전 용량 센서가 깔려 있는 3D 터치 


탭틱 엔진은 포스 터치의 핵심 하드웨어로 전자석 리니어 액추에이터다. 3D 터치 또한 탭틱 엔진이 쓰인다. 이것은 애플이 새롭게 만들어낸 용어로 누르는 압력을 촉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탭틱 엔진을 품은 포스 터치와 기존 다이빙 보드 메커니즘의 차이는 실제 물리적으로 아래 방향으로 클릭되지 않음에도 촉각 피드백을 통해 사용자는 가상으로 클릭되었다고 느낀다는 점이다. 애플워치나 아이폰6S 시리즈 역시 탭틱 엔진이 장착되어 촉각 피드백을 생성해준다.
 


▲ 햅틱 엔진 또한 들어가 있다. 


 

3D 터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미래


3D 터치는 인터페이스를 거의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 올렸다. 사용자가 길게 누르는 '픽'을 센서가 인식하는 데는 10밀리 초가 걸리고, 15밀리 초만에 '팝' 진동이 손끝으로 전달된다. (밀리 초는 1000분의 1초) 아주 미세한 누름이 반응을 만들어 내고, 사용자에게 피드백을 준다. 사용자가 감동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이 애플의 미래 인터페이스로 자리매김할 것임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무엇보다 애플이 중점을 두는 것은 하드웨어 디자인이다. 애플처럼 내부의 볼트와 너트 등 작은 부품 하나까지 수없이 개선을 반복하는 기업은 드물다. 3D 터치의 기본이 되는 '햅틱' 피드백을 애플이 처음 선보인 것은 아니지만 애플 특유의 디테일로 최고의 사용자 경험을 선사할 확률이 높다. 

마지막으로 3D 터치는 어떻게 발전할까? 향후 3D 터치는 물체 표면의 굴곡을 인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즈니 연구소는 2010년 일반 터치 패널 위에 투명 전극이 부착된 한 장의 유리와 절연판으로 구성된 테슬라 터치(TeslaTouch)를 발표했다. 손가락과 투명 전극 사이에 정전기력을 유도하여 마찰과 같은 질감을 표현하는 테슬라 터치는 매끄럽고, 울퉁불퉁하고, 부드럽고, 떨리는 느낌 등 다양한 질감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요컨대 애플 3D 터치는 중간 단계일 뿐 디즈니의 설명처럼 가까운 미래 물체 표면의 3차원 입체감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아이폰의 평평한 화면에서 물체가 돌출된 것처럼 느낄 수 있는 기술도 곧 선보일 거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