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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흑역사 또는 영광의 역사들Posted Nov 11, 2015 4:31:24 PM

김정철

더기어 기자입니다. 모두가 쓸 수 있는 리뷰가 아닌 나만이 쓸 수 있는 리뷰를 쓰고 싶습니다.
jc@thegear.co.kr

LG를 한 마디로 표현해 보자. "Life is Good"??
LG의 바램은 이 슬로건이겠지만 사실 이 슬로건은 LG와는 그다지 상관없다. 더기어에서 평가하자면 "한국에 흔치 않은 오타쿠 기업"이라고 평하고 싶다. LG는 상당히 독특했던 제품들을 많이 만들었으며 일부는 세계 IT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적도 있다. 국뽕(국가에 자긍심이 지나친 상태)이 아니다. 실제 LG는 엄청난 업적을 쌓았다. 그러나 LG는 마치 수줍은 오타쿠 같아서 자신의 행동을 잘 내세우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대신 그 동안 LG의 화려했던 아이디어 제품들을 모아봤다. 어떤 제품은 멋졌고, 어떤 제품은 이상했다. 즐거움이 넘치는 LG 제품들을 만나 보자.


 

1. 세계 최초의 풀터치폰 '멀티 X (GPA-1000N)'


@ 매일경제 신문 캡처


사실 LG가 휴대용 전화기에 끼친 영향은 삼성전자를 압도한다. 그리고, 애플에 비견될 정도다. 일례로 세계 최초의 풀터치 스마트폰은 2007년 출시한 아이폰이다. 그런데, 일반 폰 중에 최초의 풀터치폰은 어떤 것일까? 많은 이견이 있지만 LG가 1996년 출시한 PDA폰 '멀티 X'도 세계 최초의 풀터치폰 중에 하나다. 애플 뉴튼이 터치 스크린을 먼저 적용하긴 했지만 LG 멀티 X는 통화가 되는 진짜 휴대폰이었다. 이 제품은 팩스밀리폰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터치 스크린에 약도를 그린 후에 팩스로 전송이 가능했다. 아날로그 기술이기는 했지만 그 당시에는 거의 마법과도 같은 기능이었다. 1996년 출시 당시 가격은 99만원이었다. 


 

2. 세계 최초의 도크형 스피커 '아하프리'




LG는 오디오에 있어서도 굉장히 관심이 많은 기업이다. 아이팟이 태어나기 몇 년 전인 1995년, LG는 워크맨을 닮은 '아하프리'라는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를 내놓았다. 사실 워크맨 짝퉁에 가까웠지만 LG만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했다. 1세대 아하프리는 놀랍게도 무선충전 방식을 도입했다. 도크에 꽂아두기만 하면 충전이 되는 제품이다. 게다가 1998년 3세대에 이르러서는 충전도크에 스피커까지 달았다. 지금 전세계에 유행하는 충전 도크형 스피커의 원형을 LG가 먼저 시작한 셈이다. LG는 현대적 시스템의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를 모두 재정의하고도 MP3 플레이어들이 등장하자 백지 상태에서 &(앤)이라는 이상한 브랜드의 MP3 플레이어 브랜드를 만들었고 곧 사라졌다. 


 

3. 아이패드보다 먼저 나온 '디지털 아이패드' (추가)




LG가 애플에게 영향을 끼친 것을 법적으로 증명할 수 는 없지만 항상 애플보다 먼저 애플의 핵심 하드웨어 디자인을 도입하고는 했다. 프라다폰이 그랬고, 프라다링크가 그랬으며, 웹패드가 그랬다. LG가 2001년 공개한 웹패드는 아이패드의 조상이다. 심지어 해외 출시 모델명은 디지털 아이패드(Digital iPad)였다고 한다. 운영체제로 리눅스를 채택하고, 인텔 스트롱 ARM CPU를 탑재했으며 블루투스, 무선랜, 그리고 펜 인식 기능이 있는 8.4인치 터치스크린까지 제공했다. 지디넷 코리아의 기사에 따르면 이 제품은 무려 아파트 인터폰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4. R2-D2를 닮은 로봇청소기, LG 로보킹 1세대




2001년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는 세계 최초의 로봇청소기인 '트릴로바이트'를 만들었다. 삼엽충을 닮은 유머러스한 디자인과 놀라운 자동 청소 능력이 일품이었다. 밤낮 기술개발에 매달려 청소를 할 시간이 없던 LG 개발자들이 이런 아이템을 놓칠리 없다. 2년간 방청소를 포기하고 개발에 매달려 국내 최초의 로봇 청소기인 '로보킹'을 선보였다. 스타워즈의 R2-D2에게 영향을 받은 게 분명한 유머러스한 디자인은 지금도 놀랍고 그 실행력에 존경을 보내고 싶다. 그러나 오덕에 심취해서 단점을 보지 못했다. 한국인처럼 머리가 너무 커서 청소기가 가는 곳마다 걸려서 멈췄다. 2세대부터 머리를 잘라 버려 지금은 납작해졌다. 


 

5. 세계 최초의 무슬림폰 끼블라(QIBLAH) 폰




LG의 개발자들은 개발에 지쳐 개종을 하기 시작했다. LG는 2003년 끼블라폰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폰을 출시했다. 이 폰은 하루 다섯 번 메카(Mecca)를 향해 의식을 치르는 무슬림을 위한 폰이다. 즉, GPS가 내장되어 있어 세계 어디서든 항상 메카 방향을 알려주고, 하루 5차례 알람을 울려 예배를 도왔다. 한국에는 출시가 안됐지만 중동 지역에서는 꽤 인기를 끌었던 폰이다. 왜 지금은 이런폰을 내놓지 않냐고? 내놓을 필요가 없다. 비슷한 앱이 있으니까. 


 

6. 세계 최초 음주측정폰 '레이싱폰'




야근과 잦은 회식에 지친 LG 개발자들은 독특한 휴대폰을 개발한다. 마치 자동차 미니어쳐처럼 생긴 이 폰을 만들기 위해 LG는 무려 이탈리아 밀라노 디자인센터까지 찾아갔다. 2005년 출시한 레이싱폰은 휴대폰 효과음에 자동차 엔진음도 들어 있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평범했다. 이 폰의 특징은 세계 최초의 음주 측정폰이라는 데 있다. 이 폰의 측면에 입김을 불면 혈중 알콜농도가 LCD로 바로 표시된다. 디테일한 LG는 입냄새가 휴대폰에 베는 것을 막기 위해 은나노 코팅처리까지 했다. 또, 숙취해소방법, 건강음주법 등의 정보도 탑재되어 있었다. 소비자들을 위해 만든건지, 자신들을 위해 만든건지 구분이 안가는 제품이기도 했다. 


 

7. 우드 프레임 TV '브로드웨이'




LG는 2006년에 우드 프레임의 PDP TV를 출시했다. 그 당시 블랙 하이그로시의 삼성 보르도 TV가 전세계적인 유행이었는데, LG는 무슨 생각인지 TV의 선사시대로 디자인 역사를 되돌려 버렸다. LG의 이 패기 넘치는 디자인은 2007년 출시한 '브로드웨이 LCD TV'까지 이어졌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끔찍한 색상의 TV였다. 이때 갑자기 나무에 꽂힌 LG는 나무 느낌의 외장 폰인 샤인 우드폰도 LB-2500H도 출시했다. LG의 우드프레임은 다행히도 그 이후에는 맥이 끊겼다. 



 

8. 국내 최초의 스마트워치 '프라다 링크'




LG는 2008년 프라다폰2 에서 프라다 링크라는 스마트워치를 내놓는다. 아마도 지금까지 등장한 스마트워치 중에 가장 럭셔리한 스마트워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프라다 링크는 이름에서 보다시피 프라다폰의 액세서리 정도로만 취급했다. 프라다 링크만이라도 구입하고자 하는 수요는 있었으나 LG는 이를 차갑게 거절했다. LG는 이미 7년 전에 스마트워치의 정수를 프라다 링크에서 모두 구현했으나 (디자인, 명품 콜라보, 생활 방수 등등) 2014년에는 그 기억을 모두 잊어버리고 퇴보한 디자인의 G와치를 다시 디자인하기에 이른다. 



 

9. 세계 최초의 영상통화 시계? '와치폰'




LG가 2009년 정식 출시한 3G 영상통화폰이다. 1.4인치 터치스크린으로 영상 통화를 즐길 수 있었고, 생활 방수, 블루투스, MP3 플레이어 기능까지 있었다. 그러나 LG는 스마트워치 대신에 손목에 찰 수 있는 휴대폰으로 이 제품을 설명했다. 새로운 혁신이었지만 지나치게 비싼 가격(150만원)과 엄청난 두께, 크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LG 와치폰은 지금봐도 놀라운 기술이지만 그 기술을 제대로 설명하지도, 이어나가지도 못했다. 최근 LG는 세계 최초의 LTE 스마트워치인 LG 어베인 LTE를 발매하기도 했다. 


 

10. 세계 최초의 투명폰 '크리스탈 GD900'




LG는 2009년 세계 최초의 투명폰을 출시한다고 했다. 사실은 키패드 부분만 투명 터치스크린을 쓴 폰이어서 실망은 했다. 그러나 기능은 대단했다. 일반적인 키패드 입력도 가능하고, 노트북 터치패드처럼 커서를 이동시킬 수도 있었다. 대단한 아이디어지만 이 제품의 인내력은 길지 못했다. 후속작도 나오지 못하고 쓸쓸히 사라졌다. 

 

11. 한국에서 나온 가장 섹시한 TV, LG 클래식 TV '14SR1EB'




섹시라는 말을 썼다고 해서 나는 TV 성애자는 아니다. 여튼 LG는 브라운관(CRT) TV가 거의 멸망하던 시기인 2009년 새로운 브라운관 TV를 출시했다.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HE디자인연구소 '김준기' 책임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럭키금성(LG)이 최초로 만들었던 TV를 기념하고자 만든 TV로 레트로한 디자인과 철제 안테나, 로터리식 채널, 심지어 박스까지 아주 멋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제품을 내놓은 시기였다. LG는 이 TV를 출시한 다음해에 브라운관 사업을 중단하면서 이 TV도 단종시킨다. 원래 20만원대 초반대로 팔리던 이 TV는 중고가격이 50만원에 이르는 기현상을 보이다가 LCD식 클래식 TV로 이어지게 된다. 


 

12. 세컨드 스크린의 원조, '비키니폰' 




최근 LG의 V10이 세계 최초의 세컨드 스크린을 크게 광고하고 있는데, 사실 LG는 피처폰 시대에 세컨드 스크린폰을 내놓은 적이 있다. 2008년 출시한 LG 비키니폰이다. LG가 사랑하는 슴케팅의 역작이었던 폰이기도 하다. 비키니폰은 LCD가 위 아래로 나뉘어져 있었고, 아래 스크린은 일반 디스플레이로 쓰거나 기능 버튼으로 변환이 가능했다. 패기 넘치는 광고와 놀라운 기술,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이 폰은 훗날 LG V10으로 이어졌고, LG는 이 사실을 잊고, V10을 세계 최초의 세컨드 스크린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13. 세계 최초의 휘어지는 스마트폰 'G 플렉스'




휘어진 것에 꽂힌 LG는 또 휘어진 제품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휘어진 TV와 휘어진 모니터는 괜찮았다. 그래서 휘어진 스마트폰도 내놓았다. 그런데, 폰의 크기가 너무 커서 휘어진 느낌이 나는 느낌의 폰이었다. 그냥 기술 과시용이었지 큰 의미는 없었다. 사실 '휘어진'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라운드가 먼저 내놨는데, G플렉스는 휘어졌다가 다시 펴지는 진짜 '휠 수 있는' 스마트폰이었다. LG는 이후에 G플렉스 2를 내놓았지만 소비자의 외면 끝에 플렉스 라인을 접은 상태다.